쌍용자동차 주식회사, 쌍용자동차 노동조합, 전국금속노동조합 쌍용차지부,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2018년 9월 21일 ‘쌍용차 해고노동자 전원복직’에 합의하였다. 과거 10년 동안의 정리해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다는 차원에서 어렵게 이루어낸 사회적 합의였다. 이에 따라 해고노동자 119명 중 일부가 우선 복직하였고, 남은 46명의 해고 노동자들이 복직하여 2019년 말까지 부서배치가 완료되면 전원 복직하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회사는 위 46명에 대한 부서배치를 목전에 둔 2019년 12월 24일 이들에 대해 일방적으로 무기한 휴직명령을 통보하였고, 이에 따라 합의 파기 등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이 다시 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박종우)는 그간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해 왔다. 2012년에 “쌍용자동차 사태 해결을 위한 특별조사단”의 특별보고서를 통해 정리해고와 과도한 공권력 행사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였고, 2014년에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대법원 판결에 대한 비판 성명을 발표하였으며, 2018년 9월 해고자 전원복직의 사회적 합의 이후 작년 5월에는 정부의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국가배상청구소송 취하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하였다. 우리는 이번 휴직명령으로 인하여 또다시 첨예한 갈등과 대립의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가지고 사안에 대한 신중한 검토 끝에 다음과 같은 의견을 밝힌다.
우선, 이번 휴직명령이 2018년 9월 이루어진 사회적 합의에 반하는 조치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지난 시기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장기간 이어진 노동자들의 투쟁과 죽음을 직면하면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는 사회적 의제가 되었다. 사회적 합의는 노ㆍ사ㆍ정이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이루어낸 것으로서 단순히 기업 내부의 문제만이 아니다. 회사의 이번 휴직명령은 사회적 합의 주체들의 동의는커녕 휴직 대상자들과의 최소한의 협의조차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 이는 사회적 합의 정신을 무시한 처사이고, 합의의 내용에도 반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이번 휴직명령은 노동법과 판례가 요구하는 법적 정당성 요건을 결여하였다. 회사가 주장하는 여러 사정들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휴직명령을 통해 절감할 수 있는 인건비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여 경영상 필요성은 크지 않다. 반면에 부서배치를 앞두고 갑자기 무기한 휴직명령을 받게 된 노동자들은 경제적 불이익은 물론이고 심각한 정신적 충격과 앞으로 벌어질 사태에 대한 불안감 등으로 이미 심각한 생활상의 불이익을 겪고 있다. 나아가 판례가 요구하는 신의칙상 협의절차도 일체 없었으며, 전원 금속노조 소속인 정리해고 복직자들만 대상으로 하였다는 점에서 부당휴직은 물론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도 해당될 수 있다. 따라서 회사는 지금이라도 이번 휴직명령을 즉각 철회하고 대상자들에 대한 부서배치를 실시해야 한다.
한편, 이번 기회에 정부에 대해 다시 한 번 촉구한다. 정부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의 완전하고 진정한 해결을 위해 노동자들을 상대로 제기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취하해야 한다. 이는 경찰청 인권침해사건 진상조사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제 시민사회단체, 서울지방변호사회 등 법률가단체 등이 일관되게 밝힌 의견이기도 하다. 노사 간의 법적 분쟁이 상호 취하로 마무리되었고, 당시 경찰력 행사 과정에서 피해를 당한 노동자들은 국가배상청구를 포기한 채 복직만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위법한 경찰력 행사라는 근본적인 원인제공의 책임이 있는 정부가 노동자들을 상대로 한 소송을 계속 유지한다면 이는 부당하고 가혹한 처사이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문제가 제대로 해결되기를 바라는 사회 구성원 전체의 신뢰가 지켜질 수 있도록, 노ㆍ사ㆍ정은 물론 사회 각계의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