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운동

■ 문재인 대통령께 ‘2021수능 개편안 관련 6대 핵심 사항’ 수용 촉구 기자회견 (2017. 8. 23.)

뻬뻬로 2017. 8. 23. 14:47
■ 문재인 대통령께 ‘2021수능 개편안 관련 6대 핵심 사항’ 수용 촉구 기자회견 (2017. 8. 23.)


문재인 대통령은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제를 대입제도의 큰 그림과 함께 연말까지 확정하십시오!


문재인 대통령님. 오늘 우리는 대통령님께 2021학년도 수능 제도 개편안이 확정되기 일주일 전 이 문제의 해결과 관련된 중대한 제안을 하기 위해 오늘 기자회견(8월 23일 11시, 청와대 앞 분수광장)을 갖게 되었습니다. (* 6개 사항 ☞ 맨 아래 우리의 요구사항 참고)


대통령께서도 아시다시피, 현재 중3학생들이 대입을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을 전 과목 절대평가로 할 것인가,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로 할 것인가가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8월 3일 정부 국정현안 점검 조정회의에서 대학 입시 변별력 등을 이유로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로 하는 안을 강조하는 등 일부 과목만 절대평가로 운영하는 방침에 힘을 실었습니다. 이런 흐름에 맞추어 교육부는 8월 10일 수능 개편안으로 2개의 시안을 발표하면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를 담은 수능 개편안 2안보다는, 수학·국어 등 일부 과목을 상대평가로 유지하는 1안을 선호하는 의사를 내비쳤습니다.

■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개편하는 수능이라면, 그 교육과정의 취지를 부정하는 문제점을 가진 수능 개편 1안은 내놓아서는 안 됩니다. 현실 속에 실현하기도 전에 정책 설계 단계에서 실패가 예견된 정책 시안은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사실 대통령께서도 아시다시피 2021학년도 수능 개편 1안(일부 과목만 절대평가)은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정책 목표와 완전히 충돌되는 안입니다. 2년 전 당시 중1학생이 고교에 진학하게 될 2018년부터 적용될 교육과정을 설계하면서 정부는 문제풀이 암기식 수업, 지나치게 많은 지식의 습득으로는 아이들이 창의융합적 능력, 공동체 정신, 의사소통능력, 심미적 능력 등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능력을 길러내기 어렵다고 보고, 수업과 평가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가 ‘2015 개정 교육과정’ 정책으로 반영된 것입니다. 이렇게 교육과정을 개정하게 되면 내신과 대입제도도 그 취지에 맞게 바뀌는 것이 불가피하여 이번 수능 개편 시안을 발표하게 된 것입니다. 

물론 개정 교육과정의 취지에 맞는 수능정책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취지를 살리면서도 무엇을 더 강조하느냐에 따라 여러 대안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부가 복수안을 제시한 것은 그 자체로 문제될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복수안 중 일부 과목만을 절대평가로 전환한 1안은 너무나 의아하고 당혹스러운 안입니다. 이 안에 대해 교육부가 설명한 문제점으로는, ▲‘암기식 문제풀이 등 현행 교육 문제 해소에 한계, ▲학생의 학습 부담 상대적 과중, ▲상대평가 과목 쏠림 학습으로 다양한 수업 혁신에 한계’가 제시되었습니다. 즉,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정책 목표를 수능 개편 1안을 통해서는 달성하지 못한다고 스스로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2021학년도 수능 개편 시안의 장·단점>

이는 참으로 황당한 일입니다. 복수안을 제시하더라도 그 두 가지 시안 모두는, 수능제도 개편을 해야만 했던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어야합니다. 교육부가 복수안을 제시할 때 그 안이 무엇이든 결코 ‘암기식 문제 풀이 등 현행 교육 문제 해소에 한계, 다양한 수업 혁신에 한계’라는 우려가 단점으로 제시되는 일만큼은 없어야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이렇게 되면 2015 교육과정 구현에 국가적인 자원을 아무리 투여해도 결국 그와 연계된 수능 제도로 인해 무력화된다는 뜻이고, 따라서 정책 목표는 실종되기 때문입니다. 목표가 매우 이상적인 정책도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성과를 거두지 못할 때가 많은데, 하물며 아예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목표의 달성이 불가능한 것이 확실한 정책을 대안으로 내놓아서야 되겠습니까? 2015년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어 교육을 새롭게 바꾸겠다고 온 나라가 들썩이더니, 이제 그와 연계된 수능 제도가 새 교육과정에 역행하는 형태로 제시되어 정책효과를 제로로 만들겠다는 것을 정부가 스스로 설명하면서 국민들에게 내놓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정부 정책 중에서 이렇게 연계 정책 간의 상호 충돌로 정책을 설계하는 단계부터 정책 효과가 제로나 마이너스를 명확히 예측하면서 도입하려는 경우가 또 어디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 교육부가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안’의 단점으로 ‘변별력 약화’를 제시하는 것은 너무나 반교육적입니다. ‘변별력’은 지난 40년간 대학의 서열을 지켜 주며 학생에게는 입시 고통을 가중시킨 전형적 교육 적폐 개념으로서, 새 정부는 이제 그와 결별해야합니다.

왜 이런 당혹스러운 수능 개편 시안이 나오게 되었는지 살펴보니, ‘변별력은 있어야하고, 패자부활전이 없어지면 안 된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로 ‘불공정한 금수저 전형인 학종’이 확대되는 것을 국민들이 우려한다’는 것입니다. 대통령님. 수능 절대평가와 관련 일부 언론과 정치권, 특정 계층에서 수능 절대평가가 민심과 거리가 먼 정책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렇습니까? 최근 문화일보에서 수능 절대평가 지지율이 51.4%로서 반대하는 목소리 28.8%보다 압도적으로 높았고(2017.8.16), 한국 리서치의 설문조사에서는 이보다 더 높은 찬성률(60.1% vs 39.9%)을 보인 바 있습니다(2017. 7.13). 이렇게 국민 다수는 수능 절대평가를 지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부 정치권과 상위권 대학들이 주장하는 소위 ‘변별력’이라는 가치는 그동안 우리 교육을 황폐화시킨 대표적인 적폐 기준으로서 이제 폐기되어야 마땅한 것입니다. 변별력이란 수험생을 예리하게 서열화시켜 ‘저 학생은 한 문제 더 맞았으니 서열이 높은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고, 이 학생은 한 문제 덜 맞았으니 그 아래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정당화되도록 하는 장치입니다. 그 변별력이라는 장치로 지난 40년간 세계 유례없는 우리나라의 날카로운 대학 서열체제를 유지해왔습니다. 변별력은 소수 상위권 대학들의 현재 지위를 지키는 용도 외에는 다른 특별한 교육적 이유가 없습니다. 그들 때문에 아이들과 부모들이 지난 수 십 년간 타이타닉호 같은 우리 교육에서 구명보트를 뺏기 위해 목숨을 건 싸움에 골몰해왔습니다. 고통과 눈물은 지나온 것으로 족합니다. 

적폐 정부라 일컫는 박근혜 정부조차 대놓고 수능 개편안을 둘러싸고 이런 구시대적 가치를 수호하겠다는 언급을 하지 않습니다. 하물며 촛불 민심을 받든 새 정부가 이를 중시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오히려 더 이상 변별력으로 학생들을 예리하게 구분하고 줄을 세워 대학 서열체제에 맞게 아이들을 뿌려주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고, 고단한 입시경쟁과 사교육 고통에서 아이들을 지켜 주는 것이 촛불 정부가 감당할 역할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고 대학의 선발 도구가 다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수능 7과목 전 과목에서 1등급을 받는 학생들의 숫자란 고작 5천명에서 만 명 안팎입니다. 설령 동점자가 생길지라도 대학 전공 적합성에 맞는 고교 2,3학년 선택 교과목 점수를 추가로 반영하면 얼마든지 선발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대학의 선발 도구가 다 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수능 7과목 전 과목에서 1등급을 받는 학생들의 숫자란 고작 5천명에서 만 명 안팎입니다. 설령 동점자가 생길지라도 대학 전공 적합성에 맞는 고교 2,3학년 선택 교과목 점수를 추가로 반영하면 얼마든지 선발할 수 있습니다.

■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도입 시 학생 재도전 기회(일명 ‘패자 부활전’)가 축소될 것에 대한 일부 우려는, 재수생·검정고시 등만을 대상으로 하는 독립적 별도 트랙을 대학들이 운영하며, 나아가 취업에서 출신대학으로 차별하는 취업 관행을 막음으로 재도전 기회는 얼마든지 보장할 수 있습니다.

또 누구는 말합니다. 고교 시절 잠시 방황해서 공부의 기회를 놓친 학생들을 위해 수능 정시의 존치 및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소위 패자부활전이라고 일컫는 이 문제는 풀어야 할 숙제임은 틀림없습니다. 우선, 여러 가지 이유로 공부에 뒤늦게 눈을 뜬 학생들(재학생, 검정고시생, 재수생, 취업인)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말은 맞습니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제가 도입된다 해도 이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첫째,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체제에서도 2∼5등급 받은 학생들이 한 등급 더 올리기 위한 재수 등은 여전히 가능한 일입니다. 둘째, 내신이 불리한 학생 및 졸업생들의 경우 수능 점수만으로 선발하는 별도 트랙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대학 입시 단계에서 패자부활전이 의미 없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재수생을 양산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아야 합니다. 패자 부활전의 근원적 처방은 무엇입니까? 취업에서 학벌로 차별하지 않고 공정하게 기회를 얻도록 취업 정책을 관리하는 것, 더 나아가 승자가 가질 이익을 극대화시키고 그 승자의 숫자를 정해놓은 현실을 넘어 패자가 덜 손해를 보는 제도를 만드는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문재인 대통령의 몇 교육공약들은 그런 근본적 의미의 패자부활전 혹은 패자들이 덜 손해를 보는 길을 열어놓고 있습니다. 즉, 입시와 취업에서 출신학교로 차별하는 것을 막는 정책 등(▲출신학교 차별금지법, ▲블라인드 입시-채용 테스트, ▲지방대 인재 30% 할당제 등), 대입시에서 어느 누구도 패자라 말할 필요가 없는 제도가 추진 중이니 이런 제도를 더욱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추진해야합니다.

■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가 도입될 때 국민적 불신을 사고 있는 ‘학종’의 문제와 관련, 획기적인 학종 개선안(비교과, 경시대회 폐지 등)을 동시에 내놓아야 합니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시안의 가장 큰 문제는 내신의 비중 확대와 특히 ‘불공정-깜깜이 금수저 전형’이라고 비판받는 학종의 확대 가능성입니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가 확대될 때 내신의 비중이 강화되고 내신의 중심인 학종이 확대될 때 학생 학부모들의 학종 준비 고통이 가중되거나 불공정의 부작용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사실과 전혀 다른 것은 아닙니다. 국민 다수의 불신이 높아가고 있는데, 이런 문제를 학종의 긍정적 측면만을 앞세워 덮고 갈 일이 아닙니다. 

교육시민단체들과 학교 현장에서는 진작 이 문제 해결하라는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런데 교육부가 이를 방치하고 외면하다 수능 절대평가 도입 시기에 이르러 발목을 잡는 돌부리가 되고 만 것입니다. 더 이상 늦춰서는 안 됩니다. 당장 학종 전형 요소 중 ‘비교과 영역’(학교내 각종 경시대회, 방과후 활동, 자소서, 추천서 등)을 대폭 삭제하고, 교과 내신 중심으로 편성하되 교과를 과거 천편일률적인 수업과 평가가 아닌, 질 높은 수업과 평가, 5지 선다 문제보다는 논서술 평가, 상대평가 보다는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일을 진행해야할 것입니다. 물론 이 정책 과제는 새로운 요구가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속에 이미 담겨있는 사항이기도 하니, 이번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정책을 발표하면서 학종 개선안도 대선 공약 수준에서 정리해서 발표해야만 합니다.

■ 박근혜 정부 하에서 사교육비가 최고로 올랐고 국민 불신은 심각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역시 국정 우선 과제에서 사교육비 문제를 외면할 경우, 그로 인한 후폭풍은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현실을 직시하고 뚫어야할 것을 비켜가서는 안됩니다.

교육부의 수능 개편안 시안 발표 기자회견과 수능 공청회 발표 상황을 보면, 정부가 학생들의 입시 고통과 사교육 문제 해결에 미온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입시와 고교체제 개편 등 거의 모든 공약을 정책화하는 과정에서 새 정부가 보여준 소극적 태도에서 이런 의구심이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교육 문제는 어떻게 해도 박수받기 어렵고 골치 아픈 일이니 외면하자는 심사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교육비는 갈수록 폭증하고 아이들의 입시 고통은 나날이 깊어지고 미래 세대의 교육 역량은 허약해지는 백척간두의 위기 상황입니다. 이를 방치하다가는 나라 교육이 더 늪에 빠질 것입니다. 사교육비만 해도 지난 박근혜 정부 시절, 사교육비 조사 역사상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습니다. 새 정부가 수능 정책을 잘못 관리하면 사교육 폭증 사태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1안(일부 과목만 절대평가)은 사교육 유발 정책임이 분명합니다. 2안은 수능 사교육은 상대적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한편에서는 2안(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으로 갈 경우 내신 사교육 부담이 늘 것이라고 하지만, 문 대통령의 공약인 ‘고교 학점제’가 내신 절대평가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후 내신도 전 과목 절대평가로 전환될 경우, 이 문제 역시 풀려질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이번에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정책을 포기하시게 되면, 언제 또 이 정책을 완성하시겠습니까? 임기 내에는 불가능하다 봐야 합니다. 1안으로 가더라도 새 제도 도입으로 인한 혼란과 부작용을 뒷감당하기에도 벅차 또 다른 제도 도입은 엄두도 내지 못할 것입니다. 국민도 이삼 년마다 바뀌는 대입 제도를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전 세계는 이미 오래 전부터 학교 시험은 물론이요 국가시험도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한지 오래입니다. 기업에서조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상대평가 한줄 세우기가 사람을 경쟁시켜 국가의 경쟁력과 회사의 이익을 극대화할 대책이라 생각했으나, 오히려 기업 내부에서의 생존 싸움에 골몰하느라 경쟁 기업과 싸우는 데는 허약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다수 세계적 기업들은 이제는 내부 협업의 가치에 눈을 뜨고, 직원들을 한줄 세워 경쟁시키는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 인사 정책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다 미래 핵심 역량이다 하면서 교육부는 이런 흐름을 따라가자고 2015년에 새로운 교육과정을 만들어놓고, 협업 능력, 공동체 능력, 창의 융합적 사고 같은 멋있는 교육목표를 제시한 후, 정작 대학의 선발 변별력을 위해 주요 과목들을 상대평가로 붙들어놓았습니다. 이는 참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일부 국민들의 의식이 과거의 관행에 묶여 못 따라 온다면 일정기간 동안 설득이라도 해야 할 일 아닙니까? 그런데 정부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와 관련해서 설득 한번 한 적이 없습니다. 설득은커녕, 8월 3일 국정현안 점검 조정 회의에서 이낙연 총리는 "91점과 100점이 똑같이 1등급인데, 어쩌다 보니 91점을 받은 나는 대학에 합격하고, 100점을 받은 친구는 떨어졌다면 그 친구가 그 결과를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라고 말하면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런 점수 위주의 교육 질서가 오늘의 입시 교육, 5지 선다 문제풀이 교육을 만들어냈고 그래서 나라 교육의 미래가 없다는 문제의식이 2015 교육과정 개정의 이유 아니었습니까? 정부가 일을 시작하면서 내세운 명분을 정부가 허무는 해괴한 상황이 촛불 정부 하에서 이렇게 버젓이 일어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박근혜 정부에서도 새로운 교육 가치에 의한 교육 질서를 만들 필요를 절감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어렵사리 만들었던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이 조차도 계승하지 못하고 뒤집는 정책 방향으로 갈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통탄해 마지않습니다.

■ 2021학년도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제도에 대한 현 정부의 의지 부족은 관련 정책들을 패키지로 아우르는 대입제도 전반에 대한 큰 그림과 핵심 교육 가치의 공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수능 대책만 발표해서는 안 되고 관련 제반 정책을 함께 제시하는 것이 옳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그 이유는 바로 새 정부의 교육공약들을 아우르는 큰 그림이 없기 때문입니다. 새 정부의 종합 그림이 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개별 정책에는 찬반이 있기 마련입니다. 더욱이 새 정책엔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 미래 교육의 문제를 내다보고 오늘 풀어내고자 하는 문제의식이 담겨져 있으니, 관성적 사고와 부딪히기 마련이고 심한 반대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가 많다고 이를 포기할 경우 나라 교육은 망할 것입니다. 교육 정책은 이해 당사자들의 이익과 욕망의 배분 문제도 풀어주어야 하지만, 새 시대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고 시민적 이익 분배를 넘는 가치의 선택도 해야 합니다. 물론 독재정부가 아니기 때문에 이 과정은 시민적 합의가 중요하겠습니다. 그러나 합의를 거론하기에 앞서, 정부가 먼저 왜 그 정책을 추진하려는지 밝히고 그 필요성을 설득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교육 정책에 큰 그림이 있어야한다는 말은, 공약의 배경과 취지를 잘 설명하는 것을 넘어 개별 교육 정책들 간 연관관계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며, 그 종합 그림이 지향하는 가치를 제시하며, 동시에 버리고 이별할 과거의 가치들이 무엇인지 대조시켜 제시하는 것까지 의미합니다. 그렇게 함으로 그 종합적인 그림이 사람들의 가슴 속에 큰 그림으로 보여짐으로 “아, 저렇게 가면 우리 아이들의 삶이 달라지겠구나!” 그렇게 미래의 변화를 시민적 언어와 교육적 논리로 표현해서 국민들을 설득해야한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교육 정책만으로 시민들의 모든 불만과 요구에 답이 될 수 없습니다. 몇 가지 교육정책들을 패키지로 묶은 종합적 그림이 나와야 사람들의 불만이 줄어듭니다. 하나의 정책만 달랑 제시하고 다른 정책에 침묵하니, 그 정책이 교육에 관한 모든 불만의 타깃이 되어 거리에서 난타당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살아날 교육정책은 없습니다. 

예컨대 수능 제도 개편안을 발표하면서 이번 대책안은 “미래 핵심역량 제고를 위한 교실 수업과 평가”의 문제와 “경쟁 교육 완화를 통한 사교육 경감”이라는 목표를 중심으로 설계한 것이며, 이 정책은 변별력의 요구와는 상호 충돌하는 것이니 높은 수준의 변별력 가치를 이제 대입 제도 설계도의 중심에 두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발표했어야 마땅했습니다. 또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로 변별력이 사라지면 ‘내신 점수가 좋지 않은 학생들의 재도전 기회–패자 부활전’은 사라진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입시 단계가 아니라 취업에서 출신학교로 차별하는 불공정성이 더 중요하며 이는 출신학교 차별 금지법 및 블라인드 채용 정책을 통해 해소하겠다고 발표했어야했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정책이 도입될 때 ‘학종’의 스트레스와 불공정 불만으로 연결되지 않도록 학종의 획기적 개선 방안을 발표함으로 그 불만도 동시에 차단하는 것이 옳았습니다. 즉, 정책에 대한 여러 불만을 흡수하는 보완적 정책을 함께 제시함으로 다양한 불만에 대답하며 나아가 미래에 대한 희망적 전망을 갖도록 하는 종합 조감도 제시가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문 대통령이 만든 교육 정책들은 파편화되어, 내놓을 때마다 공격을 받고 하나씩 좌초되어 갈 것입니다.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가 무너지면, 곧 고교 학점제도 뼈만 남고 없어질 것입니다. 학점제를 위한 입시 환경(수능 및 내신 절대평가)이 갖추어지지 않았는데 추진이 될 리 없습니다. 또 내신 절대평가를 추진하려면 현재의 고교 서열 체제를 걷어내야 하는데,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에 이렇게 미온적인 상태에서는 내신 절대평가도 기약이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교육 정책들은 연결해놓고 설명하면 서로에게 강점이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지만, 떼어놓으면 힘을 잃고 약화됩니다. 하나씩 하나씩 모닥불 바깥으로 끄집어 내 불을 끌 의도가 아니라면, 따로 분리해서 이야기할 일이 아닙니다. 

이를 위해서 빨리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제 도입을 확정지으며 동시에 국민들이 이와 관련된 불만을 해결하는 연계 대책(금수저 전형, 불공정 전형이라 비판받는 학종의 획기적 개선, 내신 절대평가 추진, 고교체제 정비, 취업 때 출신학교 차별 금지 등을 통한 패자부활)을 종합적으로 제시해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여러 교육정책들을 관통하는 미래적 가치를 도출하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제시하고 설득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미시적인 문제 몇 가지를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 지난 20년간 우리 교육을 이끌어왔던 “5.31교육개혁 가치”와의 근본적 결별이 필요합니다. 경쟁, 변별력, 수월성, 다양성 등 우리 교육을 이끌어왔던 기존의 ‘5.31 교육 가치들’ 가운데 미래 시대에도 유효한 가치는 무엇이고 결별해야 할 가치는 무엇이며 새롭게 추구해야 할 미래 가치는 무엇인지 분별하며 이를 합의하고 그에 호응하는 교육정책들을 빠르게 현실화시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일부 전문가들만의 노력이 아닌 정부와 시민, 기업과 학교 등 온 국민들이 함께 참여함으로 가능한 일이며, 시민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를 완성하는데 능숙한 문재인 정부만이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조직(가칭 ‘BEYOND 5.31 교육개혁포럼’)을 즉시 조직하고 1년에 걸쳐 이를 운영한 후 그 결과를 국가교육회의 및 국가교육위원회의 교육정책 이념의 토대로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교육의 영역에서도 성공한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교육 문제의 난제를 직면하되 바른 방향과 중심을 갖고 국민들과 소통하며 문제를 풀어감으로 국민들로부터 박수 받고, 아이들의 입시 고통과 사교육 부담을 해소하는 첫 번째 정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대통령께 다음 6가지 사항을 촉구합니다.

■ 문재인 대통령께 촉구하는 6가지 요구사항 

1.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 51~60%가 지지하는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가야합니다. 

2.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정책목표를 달성하는 것에 대한 정부의 의지와 진정성이 있다면, 교육과정의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교육부 스스로 고백한 수능 개편안 1안(국어, 수학, 탐구 등 주요 과목을 상대평가로 두는 안)은 폐기해야합니다. 전 과목 절대평가를 포함하는 2안을 중심으로 이를 수정 보완(범위 : 1학년 공동과목 중심)해야 마땅합니다. 

3. 국가 교육 정책의 핵심 기조 중 ‘학교 교육 정상화, 사교육비 부담 완화’ 등을 포기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박근혜 정부가 이 가치를 외면해서 사교육비가 사상 최고로 올라갔고 민심이 격앙했다는 사실을 유념하십시오. 이전 정부의 실패를 타산지석 삼아 수능 사교육비를 유발하지 않는 2안(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을 선택하며, 동시에 고교 학점제의 전제인 ‘내신 절대평가’, ‘학종의 획기적 개선’으로 내신 사교육도 잡아야합니다. 

4. 대학들과 일부 국민들이 요구하는 ‘변별력’은 더 이상 고려해야 하는 제1의 가치가 아니며, 구시대적이고 낡은 가치입니다. 일부 상위권 대학들이 요구하는 ‘변별력’ 때문에 입시경쟁은 지옥이 되었고 사교육비는 노후를 저당 잡힌 주범이 되었습니다. 그것을 극복하고자 2015 개정교육과정이 도입된 이상, 더 이상 변별력을 새 정부 교육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가치로 떠받들어서는 안 됩니다. 

5. 2021 수능 개편안은 수능 개편안 그 자체만 따로 떼어 발표하면 큰 곤경에 처하게 됨이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2안으로 가면서, 국민들이 이 개편안에 대해 기대하고 비판한 것들을 반영하는 보완적 정책들(학종 개선책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해서 함께 제시해야합니다. 대입시 3년 예고제를 인정한다 해도, 내년 시행을 앞두고 아직 몇 달의 시간이 남았으니 남은 시간 관련 교육 정책 및 대입시제도의 종합적인 큰 그림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수능 개편안을 발표하는 것이 옳습니다. 

6. 문재인 대통령의 개혁적 교육공약들 속에 담긴 미래적 가치는 1995년 5.31교육개혁 담론인 수월성, 경쟁, (수직적) 다양성, 변별력 등을 극복하는 새 교육 가치들입니다. 이 가치들을 발굴하고 이전 가치들과 결별하는 과정을 온 국민들과 함께 전개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20년 전 도입되어 지금까지 우리 교육을 이끌어간 5.31 교육개혁 담론을 넘는 새로운 담론 개발 과정을 즉시 시작해야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BEYOND 5.31 교육 개혁 포럼』을 발족해서 1년에 걸쳐 이를 운영한 후 그 결과를 국가교육회의 및 국가교육위원회의 교육정책 이념의 토대로 제시되어야 할 것입니다.



2017. 8. 23.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 문의 : 정책대안연구소 선임연구원 문은옥(02-797-4044/내선번호 501)

                                 정책2국장 구본창(02-797-4044/내선번호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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