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영역
<언니에게 활동보조인이 필요해요> “나 퇴원시켜줘...”
뻬뻬로
2017. 8. 29. 06:19
<언니에게 활동보조인이 필요해요>
“나 퇴원시켜줘...”
겨울날 걸려온 전화, 오랜만에 듣는 반가운 목소리로 건네는 말은 낯설고 긴장됐습니다. 언니는 서울에서 멀고 먼 충북의 한 노인요양병원에 입원해있다고 했습니다.
말도 안 돼, 언니가 왜... 라는 끝없는 물음표를 삼키며 병원을 향했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언니는 ‘야위었단’말로는 충분치 않을 정도로 메말라있었습니다.
언니는 마른 눈빛과 입술로 파삭거렸습니다. 제발 여기서 날 꺼내줘.
화장실을 걸어서 가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걷는 법을 까먹었다고 했습니다. 침대위에 곧게 뻗은 다리는 거짓말같이 정말 딱딱하게 굳어있었습니다.
언젠가부터 자기는 혼자 걸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언니는 생전처음 휠체어를 타고 침대를 벗어났습니다.
실랑이 끝에 나온 병원 앞엔 산책하기 좋은 길과 멋진 호수가 있었지만 모두 쓸모없었습니다.
그곳에 수용된 사람들에겐 허락되지 않는 다른 세상이었으니까요.

언니는 평생을 시설에서 살아왔다
한평생 시설의 삶이 남긴 흉터
언니는 재진단과 건강회복을 위해 다른 국립병원에 다시 입원했습니다. 재진단 결과는 노인요양병원에서 주장했던 알츠하이머성 치매와는 전혀 달랐습니다.
그저 고유한 장애특성일뿐, 오히려 40여년을 시설에서 살아오면서 남은 트라우마가 언니를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감당 못할 정도로 늘어난 정신과약은 언니의 흉터와도 같았습니다.
하지만 한평생 시설의 삶이 남긴 흉터에 무기력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수급통장을 바꾸고, 주소이전 신고도 하고, 복용하던 약도 모두 바꿨습니다.
수개월을 고생한 뒤 이젠 혼자서도 걸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언니가 다시 건강을 회복한 후 퇴원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연고없이 시설에 남겨진 언니가 마흔이 넘고 쉰에 가까워질 때까지 이 사회는 지역사회로의 삶을 묻지 않았습니다.
당장 언니가 나와서 지낼 곳, 방치되지 않고 일상을 살 수 있는 ‘시설 아닌 곳’이 어디 있을까.
맴맴 도는 그 질문에 답을 못한 채, 언니는 또 다시 그곳에 3년을 있어야 했습니다.

처음으로 자립해서 살게 될 동네를 걷고 있는 언니
또 다시 바깥을 노래하다
또 다시 ‘바깥’을 노래하던 언니는 2017년 겨울, 3년 만에 병원을 퇴원했습니다.
‘자립’이라는 생기발랄한 출발에 3년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언니 곁에 함께 했습니다. 그렇게 생전 처음 언니에게 ‘내 방’이 생겼습니다.
불특정다수가 바꿔 쓰는 이불, 잃어버릴까 크게 이름을 써놓은 속옷이 아닌 언니만의 물건이 생겼습니다.
언니 옆에는 윽박지르는 관리자가 아니라 활동지원인이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읽지 못해도, 빨래하지 못해도, 밥을 혼자 할 수 없어도 괜찮습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자립이란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모든 일을 척척 해내며 살아간다는 뜻이 아니라 그가 어떤 장애를 지니고 있는지와
무관하게 한 인간이 사회와 타인의 적절한 도움을 받으며 끝없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나가는 과정’이니까요.
보통사람이 되고 싶어
- 언니는 옛날에 뭐가 되고 싶었어?
- 간호원. 간호학과 가려했는데 공부 못해서 못갔어
- 그럼 지금은 뭐 되고 싶어?
- 보통사람
- 보통사람? 그거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데?
- 김○○. 김○○으로 살고 싶어
언니가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급격히 변한 세상의 낯선 것들에 겁내지 않고 다가가고, 더 넓은 곳을 가보고, 언니의 말을 끈기 있게 듣고 다른 이에게 전해줄 ‘활동보조인’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국가는 한 중증장애여성이 간절하게 갖고자 하는 ‘보통사람’의 삶에 관심이 없습니다.
국가가 언니에게 지원하는 활동보조시간은 하루 4시간에 불과할 뿐입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시간은 하루 4시간이 아니라 24시간이어야 합니다.

자립하던 날, 언니가 갖고 있던 짐의 전부
언니의 남은 20시간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보조예산이 필요합니다.
언니에게 24시간의 활동보조인이 있다면, 언니는 그저 소박한 보통 사람으로 살 수 있습니다.
낮에는 여름날의 청량함을 마음껏 누리고, 저녁에는 걱정없이 잠을 이룰 수 있도록, 언니의 존엄한 삶을 지킬 수 있도록 여러분이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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