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운동

■ [팩트체크 ④]진로선택과목 수능 시험 포함 여부에 대한 타당성 확인 보도자료(2018.8.14.) 수학?과학계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2 수능 개편안

뻬뻬로 2018. 8. 16. 14:18
■ [팩트체크 ④]진로선택과목 수능 시험 포함 여부에 대한 타당성 확인 보도자료(2018.8.14.)


수학?과학계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22 수능 개편안에 기하와 과학Ⅱ가 제외된 것에 대해 연일 반발, 집단 행동 및 기고를 하고 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기고 내용에서 시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잘못된 사실이 그대로 전파되는 것을 바로 잡고 시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사실을 확인하는 연속 보도를 낼 계획입니다. 

[팩트 체크 ①]“기하와 과학Ⅱ를 가르치지 않으면 국제 경쟁력이 하락한다?”
[팩트 체크 ②]“수능 과목이 아니면 고교에서 기하와 과학Ⅱ를 가르치지 않는다?”
[팩트 체크 ③]“수능 시험 범위가 축소돼도 난이도는 내려가지 않는다?”
[팩트 체크 ④]“진로선택 과목이 수능 시험 범위에 포함되는 것이 타당하다?”



“진로선택 과목이 수능 시험에 포함되면 2015개정 교육과정은 사실상 폐기를 의미!”

- 진로선택과목은 수능이 아니라 고교학점제로 가르치고 평가하는 게 더 효과적


▲ 진로 선택 과목은 학생 각자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맞춤형으로 교육받고 학생의 진로에 따른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모든 과목에서 수십 개를 개설한 것인데, 이 중 기하와 과학Ⅱ만 수능에 포함시키는 것은 나머지 진로 선택 과목과 형평성이 어긋나며 사실상 기본 과목인 일반 선택마저도 공부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함. 
▲ 현재 수학계 및 과학기술계의 집요한 로비와 조직적 움직임으로 정치권이나 교육부가 기하나 과학Ⅱ 등 진로선택과목을 수능에 포함하고 상위권 대학들이 그 과목을 지정하게 될 위기 가운데 있음. 
▲ 모든 고교는 필수로 그 과목을 가르쳐야 하니 그 파급력은 심각할 것이며, 10년 이상 융합형 교육을 위해 애써온 혁신학교 등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수포자 문제, 학생들의 수업 부담 가중 등 고교 교육의 황폐화는 불을 보듯 뻔함. 
▲ 2015 교육과정은 융합형 인재육성의 필요성과 문․이과 융합형으로 수능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개정된 것으로 이는 박근혜 정부의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의 일환이었으며, 진로선택과목까지 수능에 포함된다면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사실상 폐기나 다름없음. 
▲ 문․이과 융합형 수능은 애당초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공통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내용을 평가하자는 취지였으므로 진로선택과목은 물론 일반선택과목을 포함하는 교육부 2022 수능개편안도 본질을 벗어난 것임. 
▲ 진로선택과목은 수능 과목으로 들어와서는 결코 안 돼. 


교육부는 2022학년도 수능 출제범위에 대한 보도자료(2018. 6. 29.)에서 선택과목을 지정했는데 기하와 과학Ⅱ 등 진로선택과목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반발한 수학․과학계는 최근 대입정책포럼을 자체적으로 여러 차례 열면서 2015 교육과정 개정 당시 수학과목 연구개발팀에서는 기하가 진로선택과목으로 분류되면 수능에서 배제될 것을 우려하는 의견을 당시에 제시하였으나 교육과정 개발과 수능체제 연구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의 공식 문서를 보면 어디에도 이런 내용을 찾아볼 수 없으며, 오히려 진로선택을 물론 일반선택과목마저도 수능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함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 그 근거를 하나씩 찾아볼까요?


■ 진로 선택 과목은 학생 각자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맞춤형으로 교육받고 학생의 진로에 따른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모든 과목에서 수십 개를 개설한 것인데, 이 중 기하와 과학Ⅱ만 수능에 포함시키는 것은 나머지 진로 선택 과목과 형평성이 어긋나며 사실상 기본 과목인 일반 선택마저도 공부하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함.

고등학교의 보통 교과는 [그림 1]과 같이 공통 과목과 선택 과목으로 구분합니다. 공통 과목은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과학탐구실험 포함)으로 구분하고 선택 과목은 일반 선택 과목과 진로 선택 과목으로 구분합니다.

[그림 1] 고등학교 보통 교과 편성표


고등학교 공통수학은 학생들의 기초적인 수학적 소양의 함양을 위한 과목이며, 일반 선택 과목은 공통수학을 배운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내용의 폭과 깊이를 확장할 수 있도록 하고, 진로 선택 과목은 학생들의 진로와의 연계성을 높여가도록 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2015 개정 수학과 교육과정 시안 개발 연구). 특히 선택과목(일반 선택/진로 선택)은 학생 각자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맞춤형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개설한 것이며, 학생의 진로에 따른 선택권을 확대하기 위해 진로 선택 과목을 3개 이상 이수하도록 하는 지침이 있습니다. 
만약 수학․과학계가 주장하는 대로 기하와 과학Ⅱ를 시험 범위에 포함시키면 그것은 필수로 굳어지므로 이보다 더 기초가 되는 일반 선택 과목은 선택의 폭이 줄어들 것이니 일반적인 과목은 배우지 않고 진로와의 연계성이 높은 과목만 공부하는 기현상이 벌어집니다. 
이렇게 하면 수학, 과학을 제외한 국어나 영어, 사회 교과에 편성된 진로 선택 과목도 수능 과목으로 포함해야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을 것인데 교육부는 이들 과목에 대해서도 진로 선택 과목을 수능에 포함할 것입니까? 또한 수학 진로 선택 과목 내에서도 기하를 제외한 수학과제 탐구 등 다른 과목이나 과학 진로 선택 과목 내에서도 과학Ⅱ를 제외한 융합과학 등 다른 과목은 왜 편성했는지가 궁금합니다. 결국 다양한 진로 선택 과목을 개설하여 학생 각자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맞춤형으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교육부 발표는 거짓이 됩니다.

■ 현재 수학계 및 과학기술계의 집요한 로비와 조직적 움직임으로 정치권이나 교육부가 기하나 과학Ⅱ 등 진로선택과목을 수능에 포함하고 상위권 대학들이 그 과목을 지정하게 되면 모든 고교는 필수로 그 과목을 가르쳐야 하니 그 파급력은 심각할 것이며, 10년 이상 융합형 교육을 위해 애써온 혁신학교 등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고 수포자 문제, 학생들의 수업 부담 가중 등 고교 교육의 황폐화는 불을 보듯 뻔함.

기하나 과학Ⅱ 등 진로선택과목이 수능에 포함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예상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는 상위권 대학들이 기하와 과학Ⅱ를 지정하는 것입니다. 상위권 대학들이 그 과목을 지정하게 되면 모든 고교는 필수로 그 과목을 가르쳐야 합니다. 이는 선택의 도를 넘어서 필수과목화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그러나 평상시 초․중․고등학교 현장 교육에 전혀 관심이 없고 교육 전문가도 아닌 수학계 및 과학기술계 교수들이 최근 총궐기하여 기하와 과학Ⅱ를 수능에 포함시키려고 정치권과 교육부에 로비와 압박을 넣고 있습니다. 정치권과 교육부는 과거에도 이런 압박에 무너져서 고교 교육에 파행을 유발하는 정책 결정을 해온 관례가 있듯이 이번에도 그럴 우려가 다분한 상황입니다. 공통과목만 출제범위로 하던 초창기 수능인 1994 수능에 대한 수학계의 반발로 1995 수능부터 수리영역 시험이 두 개로 쪼개졌습니다. 문과 교육과정에서 미적분이 빠진 2005 수능(7차 교육과정)에 대한 수학계의 반발로 2013 수능(2007 교육과정)부터 다시 문과에 미적분이 들어갔습니다. 모든 교과가 일부만 선택하여 수능을 볼 수 있는데, 수학만이 유독 전과목을 끝까지 고집펴 왔습니다. 

고등학교 수업 현장에서는 수포자 문제가 골칫거리입니다. 기하까지 수능 시험 범위에 포함한다면 학교는 고2~3학년에 5과목을 편성해야 합니다. 세종 양지고 이승표 교장은 “만약 기하 과목까지 수능 출제범위에 포함되면 학생들은 공통수학(고1), 수학Ⅰ, 수학Ⅱ, 확률과 통계, 미적분에 더해 기하까지 총 6개 과목을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면서 “이 중 1학년 두 학기에 걸쳐 배우는 공통과목 수학을 제외하면, 나머지 5개 과목을 4개 학기 만에 배워야 하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교장은 이어 “지금도 수학에 대한 학생들의 부담이 큰 상황에서 고교 2, 3학년 중 어느 한 학기는 매일 수학 수업을 두 시간씩 해야 하는 상황은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과 학교, 양쪽 모두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부담”이라고 말했습니다(에듀동아, 2018년 8월 2일자). 

아이러니한 것은 수학․과학계도 암기 학습을 유발하는 오지선다형 평가나 이를 대비하기 위한 반복적인 문제 풀이 수업에 대한 비판을 강하게 하면서 과정 중심 평가와 학생 참여 중심 수업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 [그림 1]과 같이 과정 중심 평가와 학생 참여 중심의 수업을 제대로 실행하겠다고 나선 교육부의 고교학점제는 앞으로 지향해야 할 큰 정책이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고교학점제에서만이 기하와 과학Ⅱ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습니다.


[그림 2] 고교학점제 학사제도 운영 체계(교육부, 2017)



■ 2015 교육과정은 융합형 인재육성의 필요성과 문․이과 융합형으로 수능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개정된 것으로 이는 박근혜 정부의 대입전형 간소화 방안의 일환이었으며, 진로선택과목까지 수능에 포함된다면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사실상 폐기나 다름없음.

현재 고1 학생에게 적용되고 있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출발은 창의융합적 인재를 양성하기 2017학년도 수능을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러야 한다는 교육부의 입장에서 비롯되었습니다. 2015 개정교육과정 총론은 이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2009 개정(사실은 2011 개정) 교육과정은 이명박 정부가 2007 개정 교육과정에 이어 4년 만에 정권의 입맛에 맞춰 백년대계인 교육과정을 좌지우지한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또 4년 만에 박근혜 정부가 2015 개정 교육과정을 들고 나와 현장 교사들이 거듭되는 변화의 피로도 등으로 엄청난 저항을 하면서도 이를 수용한 것은 창의융합적 인재 양성과 문․이과 통합형 수능으로의 개선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2015 개정 교육과정이 만들어진 이런 맥락을 무시하고 진로선택과목까지 수능에 포함한다면 문․이과 통합형 수능은 물 건너가는 것이기 때문에, 이는 국가의 미래를 수십 년 전의 과거로 되돌리는 행위이며 2015 개정 교육과정을 사실상 폐기하고, 개정이 쓸데없는 짓이었음을 교육부 스스로 자임하는 행위에 다름 아닙니다.


[그림 3] 2015 개정교육과정 총론에서 밝힌 교육과정 개정 배경



2017학년도 수능을 문이과 통합형으로 치르자는 논의의 발단은 2013년 8월에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 시안’이었습니다. 이는 복잡한 대입제도를 간소화하고 시험 성적 중심의 대입 선발로 인해 단편적인 지식암기 중심으로 진행되는 학교교육을 개선해 달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한 응답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능시험 개선 논의도 시작되었고, 창의적이고 융복합적인 인재 양성을 위해 2017학년도부터 문·이과 구분을 허물고 융합형 수능을 실시할 것을 검토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습니다. 이에 따라 수능 체제에서 ‘문·이과 일부 융합안’과 ‘문·이과 완전 융합안’을 내놓았습니다.

■ 문․이과 융합형 수능은 애당초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공통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내용을 평가하자는 취지였으므로 진로선택과목은 물론 일반선택과목을 포함하는 2022 교육부 수능개편안도 본질을 벗어난 것임. 진로선택과목은 수능 과목으로 들어와서는 결코 안 돼.

박근혜 정부에서는 당시 개정된 2009 교육과정에 따른 수능 시험 체제안을 마련하기 위해 3개의 복수안을 제시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 수렴을 했습니다.

[그림 4] 교육부의 2017학년도 수능체제 개선 검토 내용과 수능 체제 안





하지만 교육부는 같은 해인 2013년 10월, 2017학년도 대입제도 확정안을 발표하면서 2017학년도 수능을 치를 학생들에게 적용되는 2009 개정 교육과정은 문·이과 융합형 인재 양성을 고려해 만들어진 교육과정이 아니므로 2017학년도 수능은 현행 골격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문조사 등 의견수렴에서 문·이과 융합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확인했으므로 교육과정 개정 및 수능 체제 개선 작업에 착수하겠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즉 2015 교육과정 개정의 실제적인 목적은 문·이과 구분 없이 모든 학생이 공통적으로 학습해야 하는 내용을 평가하기 위한 수능시험 체제 개선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교육부가 2017학년도 수능체제 개선을 검토하면서 발표한 수능체제 안 중 3안인 문·이과 완전융합안으로 수능시험을 치르겠다는 의도가 선명했던 것입니다.

[그림 5] 2017학년도 수능 체제 개선 검토 결과


어쨌든 2017학년도 수능은 제1안인 현행골격 유지안으로 결정되었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융합형 인재육성의 필요성 및 제2, 3안인 문․이과 일부 또는 완전 융합안에 대한 폭넓은 지지가 있었으므로 2013년 말부터 곧바로 교육과정 개편에 착수(‘13.11~’15.5)하고 새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2021학년도 수능체제(2018학년도 고1 적용) 개편도 검토하기로 발표하였습니다. 새 교육과정은 융합형이므로 수능도 융합형이어야 하는 것이고, 일부 융합안이 아닌 완전 융합안으로 가기 위한 개편으로 탄생한 것이 2015 개정 교육과정입니다.


[그림 6] 2021학년도 융합형 수능 개선 로드맵 제시(교육부)

2015 교육과정 개정의 본래 취지대로 수능을 융합형으로 가면서 수능 시험 범위를 최소화하지 않고 기하와 과학Ⅱ까지 넓히면 지금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짜 이중 교육과정’ 운영이나 ‘압축 과속 교육과정’ 운영 문제를 해결할 방도가 없습니다. 그리고 암담하게 죽어가는 고교 교실을 살릴 길이 점점 없어져 갑니다. 교육현장에서 미래교육을 향해 불철주야 노력했던 많은 혁신적인 노력들은 물거품이 되고 말 것입니다. 만약 기하와 과학Ⅱ 등 진로선택과목마저 수능에 포함된다면 현 정부는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엄청난 저항에 부딪힐 것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2018. 8. 14.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 송인수, 윤지희)


※ 문의 :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사교육포럼 대표 최수일(02-797-4044/내선번호 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