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님들, 안녕하세요! 지난 11월 10일에 있었던 후원주점에서 많은 분들을 뵐 수 있어서 좋았는데,다들 그 동안 잘 지내셨나요? 비가 내린 후 기온이 내려가서 그런지, 이제는 진짜로 겨울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2018년 1월 2일, 우동민 열사를 추모하며 발바닥의 활동을 시작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봄, 여름, 가을이 지나 다시 겨울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발바닥은 ‘후원주점’이라는 강행군을 마치고 제주도의 잠깐의 쉼, 그리고 <제주다크투어> 동지들의 도움으로 4.3 현장들을 둘러보며, 탈시설 운동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런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발바닥이 지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힘껏 밀어준 벗님들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 분씩 찾아 뵙고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지만, 바쁘신 분들의 시간을 자꾸 뺏는 것 같아서, 이렇게 메일로 대신합니다.
- 너무 죄송하지만, 그만큼 힘들어서 시작한 후원행사였습니다.
다들 힘든 이 시기에, 이렇게 후원주점을 하기로 결정하는 게 쉽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잘 마무리돼서 다행이지만, 저희는 준비하는 내내 지치지 않으려고 최대한 노력했습니다. 특히나 저는 활동을 시작하고 처음 한 후원주점인데, 아무리 공익활동을 위한 후원이라고 하더라도, 누군가에게 부탁을 한다는 게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어딜 가든 주점티켓을 들고 다니면서 후원을 부탁하고, 오랜만에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다짜고짜 도움을 요청한다는 게, 참 민망하고 미안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재정적으로 힘들었거든요. 항상 아낀다고 아끼지만, 인권단체의 운영이라는 게 항상 빠듯할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촛불혁명을 통해 정권이 바뀌어도, 장애인에 대한 정책은 항상 그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저희와 벗님들이 생각하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걸 주장해도 정부와 국회는 듣지 않고, 이걸 시민들에게 알리려고 거리로 나가면, 항상 ‘벌금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습니다. 변변한 건물도 없이 떠돌아다니면서, 정부 및 기업의 지원금 없이 운동을 한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활동을 시작한 후에 알게 됐습니다.

- 그렇기에 더 감사하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후원주점을 준비하는 내내 힘들었지만, 이번을 통해서 분명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평소에는 발바닥의 벗님들을 자주 뵙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여러분, 앞으로 자주 봬요!!!!) 그러다 보니, 탈시설운동을 반대하거나, 냉소적인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마주하게 되면 힘이 빠지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후원주점을 준비하는 내내, 그리고 행사 당일에는 얼마나 많은 분들이 저희와 함께 하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네, 저희는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본인도 경제적으로 힘들면서 선뜻 후원을 해준 벗들, 미세먼지에도 불구하고 어린 자녀까지 데려와 자리를 지켜주신 벗들, 본인의 행사인 것처럼 주점티켓을 들고 다니며 열심히 팔아준 벗들,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자원활동을 해준 벗들, 그리고 발바닥을 응원하고, 격려해준 모든 벗들. 이 행사를 통해서, 탈시설운동을 함께 하는 동지들이 이렇게 많다는 걸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은 분들이 더 있습니다. 이번 후원주점 티켓의 디자인을 책임져준 <젊은기획> 이상윤 벗님. 더 풍성한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먹거리 물품을 후원해준 권진영 벗님과 동생분의 요식업체 <(주)바른컴퍼니 카페85랩>, <밥상살림·농업살림·생명살림 한 살림>, 그리고 한희정 벗님. 여성화장품을 후원해준 <자연마을> 이상선 벗님, 손거울을 후원해준 <보리출판사>. 바지락을 직접 해감해서 보내주신 이희봉 벗님. 커피부스를 책임져주신 박임당, 김유미, 송무림 벗님.
멋진 홍보 영상을 만들어준 민아영 벗님, 2층 공간을 예쁘게 꾸며주신 윤소라 벗님, ‘시설은 아니다’는 노래를 마음껏 틀라고 해주신 연영석 벗님, 발바닥의 댄스 공연을 위해 안무를 짜고 교육해준 김수원 벗님. 책 판매 부스를 자원해주신 출판사 <오월의봄> 임세현 벗님. 먼지를 뒤집어쓰며 2층 청소를 해주신 최성규, 정준희, 배성환 벗님. 놀이방 자원을 해준 김라현, 은경 벗님. 1층과 2층, 그리고 뒷주방을 각각 맡아주신 권진영, 송효정, 한광주 벗님. 서빙부터 설거지까지 고생하신 임재현, 김민철 벗님. 마지막으로, 공간 세팅부터 물품대여까지 애써주신 대항로 사람들과 주점에서 발바닥에 힘을 실어준 탈시설 당사자 벗님들.
뿐만 아니라, 발바닥과 연대하는 많은 단체들 및 활동가들이 당일 서빙, 요리, 설거지, 청소까지 본인의 소중한 하루를 모두 내어주셨습니다.

- 지금보다 더 열심히 활동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식상한 멘트 같지만, 지금 가장 필요한 약속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번 행사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발바닥이 여기까지 있을 수 있도록 해준 모든 분들, 저희를 아끼고 지지하기 때문에 곁을 지켜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보다 더 본질적으로는, 우리 사회에 탈시설 운동이 필요하다고 믿기에, 그리고 완벽하진 않지만 이 운동을 위해 이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발바닥과 함께 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여기저기 빚을 지고 다닌 만큼, 보다 더 나은 활동으로 보답하겠습니다. 발바닥의 벗이라는 게 자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2018. 11. 21. 수요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 드림
■ 티켓값 등 입금을 깜빡하신 분들이 계실까봐, 후원주점 계좌번호도 남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