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영역

“우리는 꽃이 아니라 인간입니다.” 꽃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할 무렵,

뻬뻬로 2019. 4. 12. 08:18
“우리는 꽃이 아니라 인간입니다.”
꽃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할 무렵, ‘두 사람’이 세상 밖으로 나왔습니다. 
수용시설의 ‘꽃’으로 살아야 했던 두 사람은 비로소 이름을 찾았습니다. 
다섯 살 때 시설로 보내져 20년을 살았던 그이의 이름은 최 영 은, 마찬가지로 30년을 살아온 그는 이 상 우입니다. 
2015년 3월, 두 사람은 시설 밖으로 나와 온전히 ‘나’로 세상을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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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

“이게 사는 거구나”
탈시설 후 두 사람은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권익 옹호 활동가로 기자회견과 집회 현장을 누빕니다.
‘나’는 나왔지만, 여전히 시설에 3만여 명의 사람들이 갇혀있다는 사실이 내내 가슴을 짓누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함께 살고자 하는 나를 배려하지 않는 거리의 턱, 계단에 숨이 턱 막혀버린 경험이 ‘살아남아야겠다’는 마음에 불을 지폈습니다.
노들장애인야학을 다니면서는 다시 꼼꼼히 세상을 살핍니다.
내가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나오기까지, 활동지원제도라는 개별서비스를 이용하기까지, 탈시설 장애인이 머물 수 있는 주택이 마련되기까지
수많은 장애인 당사자들의 뜨거운 투쟁이 있었음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그리고, 배움은 글이나 숫자가 아니라 세상을 거니는 경험에서 나온다는 것 역시..


“모든 것이 처음 이어 서툴면서도 설레던 그 날”
두 사람은 같은 부지에 살던 시간이 수십 년임에도 시설 안에선 만나보지도 못한 사이였습니다.
너무나 넓은 땅, 너무나 많은 사람이 수용되어 있는 곳, 마음대로 이동조차 허락되지 않는 시설에서 ‘교류’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나와서는 가볼 곳도,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참 많았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 이어 서툴면서도 설레던 2015년 4월 1일, 두 사람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홍홍-나는 가슴 간지러운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시설 밖 생활에서 경험한 가장 큰 변화이고 선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되어 또 한 번 큰 결정을 했습니다. 결혼해서, 함께 살기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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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노들바람)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는 평범한 사실을 서로 확인했으면 좋겠습니다.”
중증장애인이 지금 여기에서, 살아가는 건, 존재의 투쟁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결혼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사회에서의 동정과 시혜의 대상인 장애인이 아니라 ‘나’ 최영은, 이상우가, 당신과 이곳에서 함께 살고 있다고 말입니다.
지금 시설 밖으로 나오길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당신도 이곳에서 우리와 함께 살자고 꼭 말하고 싶습니다.
5월 6일은 ‘우리만의 날’이 아닙니다.
사람의 존엄을 귀히 여기는,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응원하는 당신이 함께한다면 ‘더 멋진 날’이 될 것입니다.


"5월의 어느 멋진 날, 당신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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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최영은, 신랑 이상우의 결혼식>
일시: 2019년 5월 6일 (월) 오후 1시
장소: 서울여성플라자 1층 국제회의장
축의금 계좌: 기업은행 277-051864-01-075 사단법인 노란들판
(결혼식에 오지 못하는 분, 두 사람을 처음 보지만 응원하고 싶은 분 모두의 마음을 감사히 받겠습니다)

"저희는 꽃동네 희망의 집에서 서로 짝사랑하다가 2015년 3월 탈시설 후 4월 1일, 예비 신랑의 고백으로 연애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맘이 맞지 않아 티격태격하기도 했었지만, 서로의 수많은 경험과 아픔들을 서로에게 이야기하며 격로와 응원을 해주었습니다.

2019년 5월 6일 저희는 부부의 연을 맺으려 합니다.
부디 자리에 함께 해주셔서 축복해주시길 바랍니다."

- 이상우·최영은 예비부부의 초대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