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장애학궁리소 2019년 상반기 강좌] 장애와 질병의 경계를 묻다
노들장애학궁리소 2019년 상반기 강좌]
장애와 질병의 경계를 묻다
장애와 질병은 ‘개념적으로’ 서로 구분됩니다. 가장 일반적인 구분은 이런 것이지요. 질병은 치료나 죽음에 의해 종료되는 일시적인 것인 반면 장애는 지속된다는 것, 즉 환자는 치료될 수 있지만 장애인은 (원칙적으로) 치료될 수 없다는 것. 그러나 질병도 장애도 획일적으로 규정되기 어려운 넓은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이러한 개념적 구분은 부분적인 진실성을 지닐 수밖에 없는 듯합니다. 예컨대 만성 질환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인해 장애인으로 명명되는 이들의 삶의 경험과 정체성은 환자와 장애인 어느 한쪽으로 무 자르듯 구분되기 어려울 것입니다. 또한 (장애 유형 및 개인에 따라 당연히 다르지만) 어떤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보다 분명히 더 많은 의료적 서비스를 필요로 하기도 하지요. 장애학이 성립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한 사회적 장애모델은 의료권력 및 장애의 의료화에 저항하며 장애와 질병의 구분을 큰 비판 없이 받아들였지만, 그렇다면(장애인이 아닌) 환자는 의료권력의 통제하에 놓여있어도 상관없는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결코 ‘그렇다’고 답변하지는 않을/못할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다면 우리는 소위 ‘정상적이고 건강한 몸’을 척도로 구성되는 이 사회에 맞서 좀 더 확장된 전선을 만들어가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장애와 질병의 경계를 다시 묻고, 해체하고, 재사유/재구성할 필요가 있는 것 아닐까요? 이번 강의는 그러한 질문과 사유를 함께 시작하기 위한 자리로서 기획되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많은 참여를 통해 우리의 질문과 고민이 좀 더 풍부해질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강사: 최복천, 조한진희, 송승연, 김원영
○ 개강: 2019년 6월 4일 (화)
○ 일시: 매주 화요일 7시
○ 장소: 노들장애인야학 4층 교육장
○ 강좌 회비: 8만원(총 4강)
❋ 교재
- 강사가 매 수업 전에 제공하는 프린트물을 기본으로 합니다.
❋ 신청
- 노들장애학궁리소 홈페이지에 오셔서 [장애와 질병의 경계를 묻다] 강좌 공지 게시물(http://goongree.net/lecture_announcements/54422)의 내용을 잘 읽어보시고 ‘비밀글 기능’을 이용해 댓글로 신청을 해주시면 됩니다.
❋ 문의
- 기타 강의와 관련된 문의는 이곳 게시판을 이용해주시고 혹시 급히 연락을 취해야 하는 경우는 김도현 연구활동가(070-4861-6656)에게 연락 주세요.
❋ 주별 강의 계획
[1강(6/4)] 장애, 질환, 건강의 의미와 그 관계(강사 최복천) |
장애, 손상, 질환의 관계 속에서 제기되는 쟁점들을 사회정치적 지평(정체성, 장애정치) 내에서 심층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장애의 사회적 모델에서 손상과 장애의 관계를 둘러싼 주요 이슈들, 그리고 손상 및 질환을 포괄하여 장애를 개념화할 때 나타날 수 있는 이슈들이 무엇인지를 살펴볼 것이다. 또한 건강불평등이라는 측면에서 장애인의 건강권 문제가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얘기해 볼 것이다. |
[2강(6/11)] 질병과 장애의 이분법을 넘어(강사 조한진희) |
장애와 질병의 경계는 주로 안정된 장애 정체성을 기반으로 장애인운동을 펼쳐온 이들의 시선에서 논의되어 온 경향이 있다. 기존의 언어에 균열을 발생시키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내는 건, 대개 경계에 있는 위험한 존재들의 질문으로부터 출발한다. 이를테면 장애인도 아니고 비장애인도 아닌 아픈 몸들, 혹은 ‘비비장애인’이라는 자조적 표현을 사용하는 이들은 그러한 위험한 존재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장애와 질병이라는 이분법에 담기지 않는 경계의 질문들을 찾아본다. |
[3강(6/18)] 광기를 둘러싼 복잡성: 정신 질환과 사회심리적 장애를 중심으로(강사 송승연) |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이 채택된 이후 ‘광기’는 장애와 질병의 경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광기가 놓여있는 맥락들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 의료적 모델과 사회적 모델, 증상과 정신적 고통, 자기결정과 강제성, 정신과 약물과 대안적 서비스, 그 외에도 반정신의학, 당사자운동, 정체성, 신자유주의, 낙인과 차별 등의 이슈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이다. ‘정신 질환과 사회심리적 장애’라는 차원에서 이러한 맥락과 이슈들을 함께 논의하고 토론해 보고자 한다. |
[4강(6/25)] 장애와 질병의 미래(강사 김원영) |
장애와 질병의 이분법이 지닌 문제는 여러 곳에서 비판적 논의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우리가 곧 직면할 미래에는 어떨까? 아마도 모든 종류의 ‘질병’을 치료하는 날보다 신체의 기능적 ‘문제’를 해결할 날이 더 빨리 찾아올 것이다. 이때 장애와 질병은 지금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분화될 가능성은 없는가? 장애와 질병의 관계를 둘러싼 정치적 입장들이 근미래에 등장할 고도의 테크놀로지 앞에서 어떻게 전개될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토론한다. |
* 강사 소개
- 최복천: 영국 리즈대학교 장애학 박사. 전주대학교 재활학과 교수. 현 한국장애학회 회장.
- 조한진희: 다른몸들(준) 활동가.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근간) 저자.
- 송승연: 정신건강사회복지사.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박사 수료.
- 김원영: 변호사.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 『희망 대신 욕망』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