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재단사람은 최근 3년 동안 구글의 후원을 받았습니다. 그 후원금으로 성소수자 인권운동을 지원할 수 있었고 여러 인권단체들의 활동을 홍보하는 유튜브 영상도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구글의 후원을 두고 재단이 대기업의 후원을 받는다며 비판하는 글도 나왔습니다. 문제 많은 기업이 인권운동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이미지 세탁하려는 일을 재단이 돕고 있다는 내용으로 기억합니다.
사실 구글 후원의 배경에는 구글 내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직원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구글에는 직원이 기부처를 지정해서 후원하겠다 하면 회사가 그에 매칭하여 추가로 후원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어느 성소수자 인권단체의 소개로 재단이 그 직원들과 만날 수 있었고 후원까지 이어진 것이었습니다. 구글의 직원들은 금전적인 후원뿐 아니라 활동 홍보 유튜브 영상을 만들 때 직접 참여해 열정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이 경우는 구글이라는 기업의 후원이기도 하지만 그 직원 모임의 후원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예전에 지인들에게 우리 재단이 기업의 후원을 받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좋은 기업의 깨끗한 돈이라면 괜찮겠지만 정말 좋은 기업인지 알 수도 없고, 사회에서 인권침해를 야기하는 상당수가 기업이기 때문에 일단은 경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지인이 묻더군요. 기업의 돈은 가치가 다른거냐, 돈에 이름이라도 써있냐, 올바른 곳에 잘 쓰면 그게 좋은 일 아니냐. 그때 저는 기업의 돈은 우리 후원자들의 돈과 가치가 다르고, 통장에 들어올 때 이름도 찍혀서 안된다고 답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구글의 사례를 겪고 나니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기업의 돈이라도 후원으로 이어진 동력이 인권운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선의에서 나온 것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않을까, 누가 기부했는지도 중요하지만 왜 기부했는지가 더 중요한 것 아닐까 하고 말이지요.
회계 자료를 만드는 업무를 하다 보면, 많은 후원인들의 이름은 지우고 후원금의 숫자만 남기게 됩니다. 가끔 그 숫자의 크기에만 집중하다가, 좀 더 늘어나기만을 바랄 때도 있습니다. 재정이 더 안정되고 다른 활동도 더 할 수 있길 바라면서요. 그러다 내가 또 너무 숫자만 생각하고 있구나 하고 정신을 차리게 되죠. 숫자가 늘어나는 것도 좋지만 어떻게 늘어나느냐가 더 중요하니까요. 재단이 받는 후원은 그저 돈이 아니라 재단을 믿고 지지해주는 후원인들의 마음이 더해진 돈입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이 없거나 다른 의도가 있는 돈은 재단이 받을 수도 없고 받아서도 안 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어느 날 숫자가 변한 것을 발견했을 때 저는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숫자가 변한 이유를 찾아보곤 합니다. 숫자가 늘어났을 때는 어떤 후원인이 어떤 이유로 후원을 해주셨을까 생각하며 찾아보고, 숫자가 줄었을 때는 혹시 재단이 후원인의 마음을 잃게 된 일이 있을까 걱정하면서 찾아봅니다. 숫자만이 아닌 후원인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을 머릿속에 하나 더하고, 다시 숫자를 들여다봅니다.
9월 20일,
강건한 운영지원팀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