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단은 정신없이 바쁩니다. 11월 21일로 다가온 후원의 밤을 준비하는 일만으로도 분주하지만 그다음 주에 <2019 지속가능한 인권운동을 위한 활동가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정기이사회도 치르기 때문입니다. 올해 재단에서 가장 큰일 세 가지가 11월에 몰려 있는 것이지요.
그중에 활동가조사는 지금까지의 인권단체 실태조사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작업입니다. 1년간 전국에 있는 71개 단체와 125명의 인권활동가가 조사에 응했습니다. 이중 20명의 활동가와는 심층 인터뷰도 했습니다. 조사의 설계에서부터 진행, 정리까지의 모든 과정은 인권활동가들의 네트워크인 ‘인권운동더하기’와 같이 했습니다. 28일이면 조사 결과가 발표됩니다.
인권의 가치를 구현하는 기업
활동가조사는 한 공사의 임직원들이 사회단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기금 때문에 진행될 수 있었습니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우리 재단으로 전달된 기금 덕분에, 5년 전 재단이 직접 재원을 마련해 실태조사를 했을 때처럼 재정적인 쪼들림은 겪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기업의 후원이 있다면 이렇게 의미 있는 일을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에서 인권운동을 지원하는 기업은 매우 드뭅니다. 기업들은 말로는 인권경영을 앞세우면서도 기업의 인권침해를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는 인권단체들을 불편해합니다. 환경이나 사회복지에는 관심을 가질지언정, 인권경영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인권의 가치를 구현하는 기업, 인권운동을 지원할 기업은 더 없을까요? 개미 후원자들의 후원에 매달리는 답답한 현실을 넘어설 수 있게 말입니다. 사회적 경제 기업이나 공유경제 기업, 사회적 협동조합 같은 곳에서 인권단체 지원금을 조금이라도 만들어낼 수는 없을까요?
한 달 전쯤 친한 후배가 전화를 해서는 머뭇거립니다. 이럴 때는 대개 재정 지원을 받고 싶을 때입니다. 인권의 날 행사를 열기 위해 돈 백만 원이 필요하거나 다급하게 현장을 찾아갈 교통비가 필요할 때입니다. 그런데 재단에서 긴급한 현장을 지원하는 기금이 이미 9월에 바닥난 터라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인권운동 선배로서 가장 미안한 순간입니다. 개인적으로 다소간 지원을 해주었더니 후배는 너무도 고마워했습니다.
연 1천만 원이면 다섯 건의 현장을 지원할 수 있고, 연 2천만 원 더 있으면 1년짜리 사업을 3건 더 지원할 수 있습니다. 연 5천만 원이 있으면 인권운동담론지인 <인권운동>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고, 연 1억 원이면 체계적으로 인권활동가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을, 연 2억 원이면 지역의 인권단체 다섯 곳 정도는 안정적으로 운영되도록 지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국의 활동가들에게 최저임금과 4대 보험이 보장되는 노동조건을 만든다면 인권활동가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활동을 접는 일부터 막을 수 있을텐데... 생각이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국가폭력의 현장, 노조도 없는 노동현장, 재난참사의 현장, 그리고 차별과 혐오가 난무하는 거리에서 인권을 외치고 인권피해자들의 곁을 지키는 인권활동가들은 이 시대의 천덕꾸러기 같습니다. 이런 인권활동가를 무한히 응원하고 싶은 마음, 인권운동에 뛰어든 후배들이 몸이 지치고 마음에 상처 입고 떠나지 않도록 지속가능한 운동의 조건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을 가진 분들을 찾습니다. 인권활동가들의 교육기금, 4대 보험을 지원하는 기금, 그리고 인권활동가들의 재충전 기금을 만들겠다고 나서는 그런 사람, 어디 없을까요? 그런 기업은 어디 없을까요?
손을 잡아주십시오
인권재단사람에 기부하는 것은 꼭 필요한 인권사업을 지원하는 일이라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인권현장을 30년을 지켜올 수 있었던 것도 주변의 지지와 응원, 그리고 후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묵묵히 현장을 지키며 인권이란 가치를 밀고 가는 인권활동가를 응원하는 일에 함께 해주실 분 계시나요?
11월 21일, 후원의 밤에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같이 해주시길 요청드립니다. 저의 손을, 그리고 인권재단 사람의 손을 잡아주십시오. 고맙습니다.
박래군 인권재단사람 소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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