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들장애학궁리소 김도현 활동가의 번역서 『철학, 장애를 논하다』가 출간되었습니다!
노들장애학궁리소 김도현입니다. 작년 말 『장애학의 도전』 출간에 이어, 새해 초에는 번역서 한 권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철학, 장애를 논하다’라는 제목 그대로 다양한 학문적 배경과 국적을 지닌 학자들이 모여 철학 전반―형이상학, 정치철학, 윤리학―의 시야에서 장애를 다룬 책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리가 아는 장애는 없다』(2011), 『장애학의 오늘을 말하다』(2017)에 이은 세 번째 번역서이고, 그린비 장애학 컬렉션의 여덟 번째 책이기도 하네요. . 저에게 이 책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저로 하여금 불가피하게(?) 철학 공부를 하도록 만들어준 책이라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원서를 처음 접한 게 2010년 2월경이었고 초벌 번역을 마친 게 2013년 하반기였으니, 초역에만 3년 넘게 걸린 셈인데요. 이 책의 필자들이 주되게 참조하고 있는 텍스트들을 중간 중간 직접 읽어가며 작업을 하다 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싶었고, 또 가능한 한 잘 번역하고 싶었거든요. 예컨대 부제에서 언급되는 철학자들의 주요 저서들, 그러니까 메를로-퐁티의 『지각의 현상학』, 롤스의 『정의론』, 호네트의 『인정투쟁』,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와 『예외상태』 등도 모두 그 기간에 처음 읽었지요. 다들 만만치 않은 책이라, 얼마간의 해설서, 관련 문헌, 논문들과 함께요. 그리고 그 공부는 『장애학의 도전』을 쓰는 데에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흔히 철학을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그래서 저는 이 책이 논쟁적으로 읽힐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의 철학적·정치적 입장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참고문헌으로 사용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원서 제목에 들어가 있는 ‘argue’라는 단어를 차용해 말하자면, 각 필자의 글에 대해서도 ‘argue for’(옹호)하고 ‘argue against’(반박)하며 스스로의 입장을 버려나갈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지요. 예컨대 사회적 장애 모델의 입장을 확고히 견지하고 있는 분이라면, 8장에 실린 투이야 타칼라의 글은 조금 불편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의 글이 차이에 대한 급진적 옹호와 탈근대주의적 입장 속에서 개인주의를 지지하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으니까요. 그러나 돌이켜보면, ‘나를 장애인이 아닌 한 명의 사람으로 먼저 봐 달라’, ‘장애인이라는 말이 없어지는 사회가 결국 장애해방이 된 세상이다’라는 말들은 장애인 차별철폐를 위해 싸워 왔던 사람들도 종종 해왔던 것이고, 일정한 정당성 내지 진실을 담지하고 있는 말들입니다. 그리고 타칼라의 글은 이런 진술에 대한 철학적 기반을 드러내 주는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요. . 이 책의 다른 장들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그리고 대중적으로도 낯설지 않은 철학자들의 텍스트가 장애학과 만나 어떤 얘기와 논변을 펼쳐냈을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여기서 책 전반에 대한 소개를 하기는 어렵겠고요, 좀 더 자세한 내용은 직접 책을 펼쳐봐야 만날 수 있겠지요.^^ 여러분 책장에도 철학 관련 서적이 한두 권쯤은 꽂혀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2020년 새해에는 『철학, 장애를 논하다』와 함께 철학 공부를 한번 해보시는 것도 좋은 신년 계획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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