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곳만이 아니라 많은 인권단체에서 강사비나 원고료 등으로 부족한 운영비를 충당해왔습니다. 후원금만으로는 단체 운영을 감당하기 어려우니까요. 어쩌면 인권단체들의 위기는 이제 시작일지 모릅니다.
코로나19사태에서 이미 확인된 사실은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의 피해가 더 크고 재난 긴급지원에서마저 차별이 드러난다는 겁니다. 이주민·난민들은 국가의 지원정책에서 배제되어 마스크조차 구입하지 못합니다. 확진자에 대한 낙인은 심해지고 혐오의 대상도 늘고 있습니다. 모두의 건강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뒷전으로 밀리는 인권의 목록도 늘어만 갑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럴 때 인권단체는 더 바빠집니다. 둑이 무너지지 않도록 이곳저곳을 살피는 역할부터 둑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를 틀어막는 일까지 모두 인권단체의 몫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 단체들이 이제는 과연 버틸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습니다. 작은 단체일수록, 지역에 터 잡은 단체일수록 더 어려울 겁니다. 인권단체가 모금을 하려면 구호모금과는 다르게 설명할 게 참 많습니다. 당장의 결과보다 변화의 토대를 만드는 일을 하기 때문에 단답형이 아니라 서술형이 됩니다. 먹고살기도 힘든데 인권은 배부른 소리라며 후 순위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하면 섣부를까요. 인권의 보편성이 재난 앞에서 흔들리고 있음을 지켜보며 참담한 마음이 드는 건 저 뿐만이 아닐 겁니다. 우리는 인권을 양보하게 만드는 대책에 익숙해지기보다 인권을 토대로 삶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질병 퇴치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완전한 퇴치가 가능하지도 않을 테고요. 질병을 향한 혐오로부터 벗어나 더불어 살기 위한 방법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국가적 재난 시기의 인권운동은 위축되지 않고 더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모두가 존엄한 삶을 유지함은 물론 인권침해 감시자의 역할을 톡톡히 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인권재단 사람은 인권운동이 지속될 수 있도록 대안적 활동을 시작하겠습니다. 후원자께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시기지만, 인권운동의 곁에서 계속 함께해주시길 바랍니다.
4월 9일, 정민석 사무처장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