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영역

‘차별이지만 그냥 믿고 기다리라는 1심 판결장애인에 대한 악의적인 차별행위’

뻬뻬로 2020. 6. 8. 22:16

차별이지만 그냥 믿고 기다리라는 1심 판결

장애인에 대한 악의적인 차별행위

지하철 위험시설 리프트 이용에 대한

장애인 차별구제청구소송 2심 선고 기자회견

 

일 시 : 2020. 6. 10() 오후 230

장 소 : 서울고등법원 서문 앞

 

주 최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법률지원: 사단법인 두루, 법률사무소 내일, 장애인권법센터

(선고재판: 서울고등법원 오후2시 서관 507)

 

1. 장애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함께하는 귀 기관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2. 201710, 신길역 리프트를 이용하다 장애인이 추락하여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그러나 사고발생 이후에도 신길역사를 비롯한 지하철 1호선부터 8호선에 대한 관리감독자인 서울교통공사는 위험한 시설인 리프트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3. 이에 장애인단체와 당사자들은 더 이상 신길역 사고처럼 위험한 리프트를 이용할 수 없기에 서울교통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1·5호선 환승역인 신길역, 2·5호선 환승역인 영등포구청역, 3·4호선 환승역인 충무로역, 6호선 환승역인 디지털미디어시티역, 그리고 구산역의 리프트 시설을 철거하고,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권 확보를 위하여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소송이었습니다.

 

4. 소송이 시작되자 신길역 추락사망 사건에 일절 책임이 없다던 서울교통공사는 신길역 사고의 한 원인이었던 지하철역사 내 리프트의 호출벨(누르면 직원이 와서 리프트를 작동시킴) 위치를 전 역사에 걸쳐 급히 안전한 장소로 옮겨 설치하고, 예산과 구조상 엘리베이터 설치가 어렵다고 하던 신길역 역사에는 경사형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는 공사를 추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사람이 죽어도 꿈쩍하지 않던 서울교통공사가 막상 소송이 시작되자 이렇게 예산을 투여하고 공사를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공공기관이 얼마나 국민의 한사람인 장애인의 안전과 이동권을 가볍게 생각하는지 다시한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5. 휠체어 리프트는 장애인등편의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안전하고 편리한 장애인 이동수단이 아닙니다. 또한 이미 국가인권위원회도 리프트를 위험한 시설로 규정하고 정당한 편의제공으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권고하였습니다. 이에 소송을 제기한 우리는 예산을 이유로 위험시설인 리프트를 방치해 온 국가 및 관련기관에 대하여, 법원이 명백히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차별행위임을 선고하고, 엘리베이터 설치 등으로 더 이상 리프트와 같은 위험시설로 인한 죽음의 차별에 장애인당사자가 놓이지 않도록 하는 판단을 내려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였습니다.

 

5. 그러나 지난 2019614일 서울남부지방법원(13민사부())은 차별구제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기각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서울교통공사의 리프트 시설은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이용하여 안전하고 편리하게 보행 및 이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하였기에 차별행위이다.

 

그러나 현재 서울교통공사와 서울특별시장이 전문업자에게 이미 승강기 설치에 관한 기본 및 실시 설계 용역을 도급하였고 이를 모두 대외에 공표하였기에 차별을 개선하게끔 맡기는게 공익차원에 적합함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상의 적극적 조치 이행은 명하지 않기로 한다.

 

이에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각 기각하기로 하되 원고들이 주장하는 차별행위의 존재는 인정한 터이므로 소송비용은 서울교통공사에게도 일부 부담한다.

 

6. 2002년 오이도역 리프트를 이용하다 추락 사망한 사건 이후 리프트로 인한 수많은 사고와 사망사건들이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장애인단체들은 안전하고 편리한 엘리베이터를 요구하였고 서울교통공사를 비롯한 공공기관들은 예산이 없다. 기술적으로 힘들다라는 말로 미루고 미루다 마지못해 일부 역사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여 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역사에서 리프트가 운행되었고 관련한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여 왔습니다.

그러함에도 차별이지만 믿고 기다려보라는 지난 1심 판결은 명백히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인정하는 또 다른 차별행위입니다. 소송이 제기된 후 2년이 지났지만, 신길역 외에 다른 역사들은 여전히 살인시설인 리프트가 가동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위험과 어려움은 리프트로 이동해야만 하는 소송 원고인들을 비롯한 장애인들이 오늘도 고스란히 감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7. 장애인에게 있어 이동권은 다른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권리이며, 이러한 이동의 권리를 위하여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교통환경을 구축하는 것은 국가와 공공기관의 명백한 책임이며 의무입니다. 다가오는 6102심 법원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하며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교통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하여 제기된 이번 소송에 많은 관심과 취재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