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박근혜 정부의 유산인 ‘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추진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대학 정책 공약을 무산시키는 일입니다.
▲ 교육부는 지난 8월 25일, 대학재정지원사업과 함께 박근혜 정부의 핵심 대학정책이었던 ‘대학구조개혁 평가(이하 대학평가)’의 2주기 계획을 발표, 이에 대한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추진하겠다고 밝힘.
▲ 1주기 대학평가 결과로 정원 감축 목표량은 달성 했지만 하나의 평가 지표로 모든 대학을 평가한 결과 대학 교육의 다양성 등 대학 교육 개선은 전혀 되지 않고 획일화된 결과만 낳음. 1주기 대학평가에 대한 엄밀한 평가도 없이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대학정책을 또 다시 추진하는 것은 실패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일임.
▲ ‘대학구조개혁 평가’의 핵심적 문제는 평가 지표에 맞춰 점수만 높이려고 한 결과, △저임금 비정규 교원 양산, △강의 축소로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수업 부족, △수업관리 학생 평가에 대한 엄격한 관리로 대학의 학문적 자율성 훼손 등 대학 교육의 질이 현저히 떨어짐. 퇴출이나 구조조정의 필요는 ‘대학 평가’가 아닌 법인에 대한 철저한 감사로 충분히 가능함.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국공립 통합네트워크, 공영형 사립대 등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대학 간 협력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정책과 ‘대학구조개혁 평가’는 철학과 방향이 완전히 다른 정책임. 따라서 대학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대학 공약을 무산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음.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 시기 도입된 ‘대학구조개혁 평가’ 2주기 추진을 당장 중단하고, 대학교육을 교육부와 몇 몇 대학 관계자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학생 학부모등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고등교육위원회’를 설립하여 국민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식의 대학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임.
교육부는 지난 8월 25일 ‘2주기 대학 구조개혁평가 관련 의견수렴 장 마련’ 보도 자료를 통해 예정대로 2018년 2주기 대학구조개혁평가(이하 대학평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학평가는 대학재정지원사업과 함께 박근혜 정부가 추진한 핵심 대학교육 정책으로 표면적으로는 학령기 인구 감소에 따른 선제적 구조개혁과 사회적으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 양성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의 탈바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적 목적은 전체 대학을 일정한 평가지표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대학을 줄 세워 등급에 따라 정원을 감축하고 최하 대학은 퇴출시키겠다는 것입니다. 표준화된 평가를 통해 등급을 매겨 결과에 따라 차등적인 보상과 제재를 하는 방식으로 대학평가는 초중등교육 일제고사와 함께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학평가는 3년마다 한 번씩 총 3번의 평가가 이루어지는데 2015년 1주기 대학평가가 실시되었습니다. 1주기 평가에서 E등급을 받고 정상화 방안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 받은 서남대, 한중대, 대구외대는 현재 퇴출 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이번 보도 자료에서 9월까지 2주기 대학평가 계획을 확정하여 2018년 3월-5월까지 평가를 실시하여 2018년 8월 평가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하였습니다.
■1주기 대학평가 결과로 정원 감축 목표량은 달성 했지만 하나의 평가 지표로 모든 대학을 평가한 결과 대학 교육의 다양성 등 대학 교육 개선은 전혀 되지 않고 획일화된 결과만 낳음. 1주기 대학평가에 대한 엄밀한 평가도 없이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한 대학정책을 또 다시 추진하는 것은 실패를 반복하는 어리석은 일임.
교육부는 1주기 대학평가 정책으로 정원감축 목표 4만 명을 초과하여 4만 4천명을 감축하였다며 1주기 대학평가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고 자평하였습니다. 그러나 교육부는 대학평가를 통해 대학이 사회적으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 양성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얼마나 탈바꿈 하였는지, 대학평가가 대학교육의 질을 개선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습니다. 학교현장의 교수와 학생들이 실제 느끼는 대학교육의 질과 만족도는 점점 낮아지고 있습니다. 2016년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국민 교육여론조사에서 “우리나라 대학은 사회가 필요한 인재를 얼마나 잘 양성하고 있느냐?” 라는 질문에 ‘그렇지 못하다’가 40.0%, ‘전혀 그렇지 못하다’ 18.3%로 부정적인 응답이 58.3%입니다. 반면, ‘매우 잘하고 있다’ 1.3%, ‘잘하고 있다’ 7.5%로 긍정적인 응답은 고작 8.8% 밖에 되지 않습니다.

결국 대학평가로 정원은 줄였지만 사회적으로 필요로 하는 맞춤형 인재 양성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의 탈바꿈 하겠다는 대학평가정책의 목표는 실패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심각한 것은 동일한 평가 지표로 모든 대학을 똑같이 평가하다보니 고등교육의 중요한 가치인 다양성은 사라지고 모든 대학이 획일화 되었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세인트 존스 대학은 100권의 고전을 읽고 토론하는 교육과정으로 유명합니다. 일본의 아키타 교양 대학은 국제적인 인재 양성에 적합한 교육과정으로 온 세계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학은 모두 똑같은 교육방식, 대학운영, 이름은 현란하지만 비슷한 교육과정으로 마치 기계로 찍어낸 듯한 대학들만 존재합니다. 특색 있는 목표, 교육과정, 운영방식의 대학은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는 모든 대학이 동일한 평가지표로 평가 받기 때문에 거기에 맞춰 대학을 운영하다 보니 전혀 새로운 대학을 만들 수 없는 것입니다.
지난 6월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고 교육부 장관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3, 고2 모든 학생에게 적용되었던 학업성취도 평가(일명 일제고사)를 폐지하고 표본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일제고사는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한 것으로 표준화된 평가를 통해 학생·학교·지역 간 경쟁시켜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로 추진했던 정책입니다. 하지만 전국의 학교를 한 줄로 세워 과도한 경쟁을 유발하는 정책으로 학생 학부모 교사에게 심각한 시험 스트레스를 가중 시켰습니다. 또 학력이 신장된 것이 아니라 과도한 경쟁으로 양극화를 초래해 수포자, 영포자를 양산했을 뿐입니다. 일제고사는 교육계 적폐 정책으로 1순위로 폐기 처리된 것입니다. 대학평가는 대학을 대상으로 하는 일제고사라 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기준으로 평가하여 대학 간 경쟁을 통해 대학의 질을 높여보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방식의 정책은 불필요한 경쟁으로 평가 대상에게 스트레스만 줄 뿐 교육의 질 개선에 효과가 없다는 것이 일제고사 사례에서 증명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주기 대학평가를 하겠다는 것은 뻔히 실패할 정책을 추진하는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 대학 평가의 문제점은 대학이 대학의 질을 높여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평가 지표에 맞춰 점수만 높이려는 행정 조치로 낮은 임금 비정규 교원 양산, 강의 축소로 인해 교육 질 저하 , 학문 자율성이 훼손되었음. 퇴출되어야 할 부실대학, 비리대학 판별은 대학평가가 아닌 법인에 대한 철저한 감사가 효율적임.
대학평가는 단순히 교육부가 대학을 평가한다는 것 자체만 문제가 아닙니다. 평가가 정원 감축과 대학 인지도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에 대학은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습니다. 부족한 예산 안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야 되는 상황에서 대학은 교육 여건을 개선해 점수를 높이기보다 행정적 조치를 통해 높이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가령 ‘전임교원 확보율’ 수치를 높이기 위해 정규직 교원 이외에 낮은 임금의 비정규직 전임교원을 늘려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2주기 평가에서 전임교원의 보수수준을 평가하여 패널티를 부여하겠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대학이 정규직 전임교원을 늘릴 것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또, 수업관리 지표 중 ‘전임교원 강의 비율’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 전임교원을 늘리기보다 전체 강의 수를 축소하거나 전임교원의 강의 부담을 늘리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렇게 되면 학생이 선택할 수 있는 강의 수는 축소되고, 시간강사들의 수업은 줄어들어 쫓겨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학생평가’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학교가 강의 내용과 상관없이 A학점 학생과 D학점 받는 학생의 비율을 획일적으로 정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대학 교수가 자신의 전문성을 가지고 수강한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정해주는 비율에 맞춰 평가 하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우리나라 대학입니다. 결국 대학평가를 위한 평가지표는 대학교의 질을 높이기보다 학문적 자율성을 크게 훼손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평가지표의 문제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각각의 평가지표는 많은 문제를 유발하고 있으며 이를 정리하면 [표 1]과 같습니다.

위와 같은 수많은 문제점이 제기됨에도 학령기 인구 감소로 대학정원 감축과 부실대학, 비리대학 퇴출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평가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그러나 정원 감축은 인위적인 감축보다 학생과 학부모 선택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또 1주기 대학평가에서 최하점수를 받아 퇴출 대상으로 지목받은 서남대, 한중대, 대구외대의 경우를 살펴보면 교비 횡령, 법인 부담금 부족, 교직원 임금 체불 등이 부실의 원인으로 교원들의 잘못 보다는 설립자나 법인의 부실이 원인입니다. 따라서 부실과 비리대학 판별은 대학 전체를 평가하는 것보다 법인이 대학운영에 잘못과 비리가 있는지 감사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그래서 2주기 대학평가에서 1주기 평가 지표에는 없었던 ‘법인 책무성’ 지표가 포함된 것은 이제라도 다행이긴 합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평가 기준에서 법인 전입금 비율이 사립대 평균만 되면 만점을 받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법인 책무성을 판단하는 데는 엄연한 한계가 있습니다.
■ 문재인 정부 공약인 국공립 통합네트워크, 공영형 사립대 등 대학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대학간 협력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정책과 대학평가는 철학과 방향이 완전히 다른 정책임. 따라서 대학 평가를 진행하겠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의 대학 공약을 폐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음.
이명박, 박근혜 정부시절 신자유주의 영향으로 대학을 기업화 하고, 표준화된 평가를 통해 대학 간 경쟁을 유도하여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는 정책들이 주로 추진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대학의 공공성은 약화되고 하나의 소비 상품으로 또 기업에 필요한 인적 자원을 키워내는 공장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소비재 상품으로 전락해버린 대학을 개혁하고자 부실한 사립대를 공영형 사립대로 전환하고, 국립대를 집중지원 네트워크로 연결하여 어느 지역의 학생이든 질 좋은 국립대에서 고등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국립대 통합네트워크 3단계 방안을 공약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이는 각 지역 국립대에 집중 투자하여 수도권 사립대 중심으로 서열화 되어 있는 우리나라 대학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좋은 방안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이 정책이 시행되어 잘 정착된다면 비수도권 학생은 해당 지역의 국립대학에 입학을 희망할 것이고 이렇게 된다면 수도권 대학을 향한 치열한 경쟁은 완화되어 초중등학교 입시 부담은 줄어들 것입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공공성을 강화하고 국립대학 네트워크를 통해 대학들이 협력하여 대학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는 정책과 대학구조개혁 평가와 같이 경쟁을 통해 대학을 변화시키겠다는 정책은 공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협력적 관계로 연결되어 공동선발 공동학위를 추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학별 경쟁시켜 평가지표를 기준으로 줄 세워서 등급을 나누어 차등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것은 매우 모순된 일입니다.
결국 교육부가 대학평가를 지속하겠다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공약한 국립대 통합네트워크나 공영형 사립대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폐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것입니다.
■ 따라서 문재인 정부 대학구조개혁 평가 정책을 당장 중단하고, 대학교육을 교육부와 몇 몇 대학 관계자에게 맡기는 것이 아니라 학생 학부모 등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고등교육위원회’를 설립하여 국민들이 고등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높이는 방식의 대학 개혁을 추진해야 할 것임.
따라서 교육부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2주기 대학평가를 당장 중단해야 합니다. 이미 대학이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해서 효과도 없고 오히려 대학교육을 망가뜨리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오히려 하루빨리 중단하는 것이 대학교육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대학평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학업 성취도 평가와 함께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 적폐 정책으로 추진과정의 문제점을 밝히고 대학교육을 망가뜨린 책임을 물어야 할 정책입니다. 촛불 민심으로 국민의 힘을 세워진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적폐 정책을 승계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대학평가, 대학재정지원사업 등 박근혜 정부 시절 교육부가 추진한 대학정책은 정원감축과 재정을 통해 대학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대학을 길들이는 정책이었습니다. 이러한 정책을 추진한 교육부는 대학 구성원과 국민들로부터 비난을 받았고 이 때문에 19대 대선에서 몇 몇 후보들은 교육부를 폐지하자는 주장까지 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한 반성도 없이 2주기 대학평가를 추진하겠다는 교육부에게 더 이상 대학 교육을 맡길 수 없습니다. 대학 교육을 몇 몇 대학의 이익이 아닌 모든 국민들의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학교육에 대한 새로운 거버넌스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고등교육위원회를 두어 새로운 대학체제를 설계해야 할 것입니다. 고등교육위원회는 몇 몇 교수들과 관료 집단으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 학부모 등 시민 사회까지 참여해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대학체제를 설계하는 것은 대학교육 뿐 아니라 초중등교육을 입시 고통의 원인인 대학서열화 해소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우리나라 교육 개혁에 매우 중대한 일이 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