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처 동료들과 커피 마시러 간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입니다. 제가 인권의 날 캠페인을 어떻게 홍보하면 좋을지 고민을 털어놓자마자 서로서로 푸념이 시작되었습니다. 공통점은, 가까운 친구에게 인권재단사람이 무슨 일을 하는지 아무리 설명해도 “그래, 좋은 일 하는구나”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인권단체인 듯 인권단체 아니고 재단인데 여느 재단 같지도 않은 성격을 대번에 이해하기 어렵기도 하겠지요. 그렇지만 '좋은 일'이라는 표현은 존중이라기보다는 거리두기식 표현에 가깝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더 나아가면 남들이 옳다고는 하는데 나는 잘 이해되지 않는 일인 것 같거든요. 잘 이해되지 않는 일에 기부까지 하는 사람은 없고, 인권이 그저 '좋은 일'에 머물면 달라지는 것도 없을 텐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마시던 커피 잔이 묵직해졌습니다.
며칠 전 인권의 날 캠페인의 일환으로
이런 날 저런 날 퀴즈를 만들어 소개해보았습니다. 재단이 5년 넘게 인권의 날 하루 캠페인을 지원하면서, “이런 날을 지원 했어요” , “저런 날을 기억해요”라고 말은 해왔는데 과연 주위의 사람들과 이해의 폭을 잘 맞추어 왔는지, 서로 확인하면서 앞으로 가고 있는 건지 궁금했거든요. 예상 밖에 400여 명이 넘는 많은 분이 응답을 했고 인권의 날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계신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혹시나 문제 풀다가 신이 나서 기부도 하시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지만, 한 문제 틀리고도 탄식(!)하며 반성모드가 되는 분이 많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재단은 기부자들과 신뢰를 쌓을수록 누구나 이해할 만한 모금 이슈를 내걸지 않고 더 알려지지 않은 소수자들의 날과 이야기를 전하는 것 같습니다. 홍보를 맡은 입장으로서는 '좋은 일'을 넘어서는 수식어를 찾는 일이 그래서 더 어럽지만, 매력적이기도 합니다. 특히나 난민과 이주민, 병역거부자 인권 활동에 대해서 '좋은 일'이라는 피드백에도 인색한 분들과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일은 정말 풀고 싶은 퀴즈 같습니다.
몇 년간 재단이 성소수자 인권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덕분에 ‘성소수자 재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었습니다.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서는 기부자들께서 수식어 하나 붙여봐주셔도 정말 좋겠습니다:)
7월 12일,
야릉 홍보팀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