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재단사람에서 활동한지 일 년이 다 되어갑니다. 1월 2일 첫 출근하던 날에는 "신입답게" 가장 먼저 출근했는데, 지금은 시차출퇴근제로 인해 가장 늦게 출근하고 있습니다. 재단에서 일하기 전에 다른 활동 경력이 있던 탓에 제가 ‘1년 차 신입’라고 말하면 코웃음 치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2019년을 돌이켜보면 저는 정말 신입처럼 한 해를 보냈습니다.
저만을 위한 내부 교육 프로그램이 한 달 넘게 진행되었고, 인기 강사 박래군 소장님의 인권 특강을 일대일로 듣는 특권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재단 기금을 배분하는 업무를 주로 맡게 된 덕분에 다들 바쁜 시즌에 혼자 여유 부리며 이전 자료들을 차근차근 살펴보는 사치도 누렸습니다. 지원사업을 매개로 여러 활동가들을 만나며 새로운 지원사업에 대한 상상도 해볼 수 있었지요.
신입처럼 지냈다는 말은 제가 신입처럼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해준 동료 활동가들이 있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가 사무처에서 가장 적은 업무량을 소화한 만큼 다른 활동가들은 더 많이 고생을 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이 자리를 빌려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신입’이라는 이름이 며칠 남지 않아, 작년에 썼던 이력서와 인권 에세이를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연결”이라는 주제로 쓴 인권 에세이 말미에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은 불행을 극복할 더 많은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만은 아니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도 행복할 수 있도록 불평등한 조건을 바꿔나가는 것이 인권운동이고, 그래서 투쟁’이라는 말을 썼더군요. 그때의 문제의식은 이제 활동가들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조건과 방법을 찾는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년의 저처럼 올해의 신입활동가 지원자들도 진지하고 심각하게 고민을 했을 겁니다. 사무처에 새로 오실 분이 ‘신입’으로 즐겁게 활동할 수 있도록 저는 제 몫을 잘 찾아가야겠습니다.
연말을 맞아 일 년을 되돌아보며 인권운동의 성장을 지원하는 활동가로, 인권재단사람의 미션과 비전을 실현하는 노동자로 잘 살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봅니다. 올 한 해 잘 지낼 수 있었던 데는 가까이 또는 멀리서 함께해주신 여러분의 영향이 큽니다. 동료 활동가로, 든든한 후원자로 곁에 있어주신 덕분에 이만큼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12월 13일,
배분지원팀 여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