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회원님들, "안녕"하신가요?
코로나19 때문에 안녕하신지를 물어야 하는 우리의 상황이 속상하고 안타깝지만, 이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일상은 온라인속에서, 또다른 방식을 찾아가며 흘러가고 있네요.
청도대남병원의 집단감염사태에서, 사회가 정신장애인을 격리수용한 참혹한 결과임이 여실히 드러났지만 코호트격리라는 방식으로 또다시 장애인을 배제하는 사회라는게 너무 속상합니다. 족히 20년은 넘게 격리창고에서 살고있는 이들, 이어서 발생한 칠곡의 밀알사랑의집과 예천의 극락마을... 이어지는 시설내 집단감염 상황...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사회가 더 절실히 고민하여, 집단수용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길 바랄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발바닥도 노력하겠습니다. (이와 관련 장애계는 내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기자회견을 합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오늘 오랫만에 메일을 드리는 것은, 지난 2019년 12월 2일 자립하신 서른 두분의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석달밖에 되지 않아서 "모두 잘 지낸다"고 말할수는 없습니다. "모두 좌충우돌하며 자기 삶을 찾아가고 있다"고는 말할수 있겠네요.
서른 두분은 모두 각자의 이유들로 길게는 30년 넘게, 짧게는 10년 넘게 프리웰법인의 3개 시설에서 생활하셨던 분입니다. 아기때부터 시설에 입소한 분들은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되었고, 30년 넘게 시설에 사시다 자립한 분들은 노년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서울시장애인지원주택> 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공공임대주택+주거서비스"를 받고 있고, 각자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각자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아 각자의 일상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처음 이사하는 날은, 각자의 짐이 별로 없었는데, 이제 각자의 집과 방에는 살림살이들이 여느 집 못지 않습니다. 노란색으로 염색한 이**씨 보면서 15년전 자립한 꽃님언니가 제일 먼저 한 일이 염색이었다는 것을 추억했습니다. 역쉬, 자유의 상징은 헤어스타일에서부터 ㅋㅋ 지역주민들의 님비를 걱정했었는데, 동네 반상회에서 장안동주민들은 환영한다며, 주차장에서 고기도 구워먹고 야유회도 가자고 흔쾌히 제안해 주셨습니다. '나도 없이 살아봐서 없이 사는 사람들 형편을 안다'고 말한 지역주민의 말에서 '무시'가 아닌 '연대'와 '동질의식'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는 발달장애인 뮤지컬 극단을 다니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메이크업 배우기, 누군가는 애니매이션 배우기도 시작됐어요. 오십대를 바라보고 있지만 평생교육기관에서 한글배우기를 시작한 분도 있어요. 아직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상을 찾아가는 분들도 있지요. 석달밖에 되지 않았으니, 더 오래 더 천천히 찾아도 된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의사표현이 어려운 사람들로 "분류"됐던 분들도 자기만의 언어(=표현방식) 찾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은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중증의 발달장애인이 하고 있는 자기표현을 지원자들이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랄까..... 몇달간 진행될 이 과정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의사표현이 어렵다고 분류된 중증장애인은 표현도 없고, 욕구도 없고, 감정도 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상대방이 알아들을 말로 뭔가를 표현해야만이 욕구가 인정되었고, 그러다 보니 탈시설의 권리도 이들에게는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지원주택에 입주한 분들은 어떠식으로 자기표현을 하던지, 그 자체를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이 표현의 의미에 대해서 지원자들이 알아가고자 시도 중입니다. 이 노력이 그동안의 "사람에 대한 분류를 깨는 일"이 됐으면 합니다.
여튼, 서른 두분의 이야기는 끝도 없습니다. 서른 두분의 이야기는 서른 두가지가 아니라, 수백가지의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어요. 이분들이 이렇게 자기의 삶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이 참 좋습니다. 더 많은 인연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삶의 꺼리들이 생기고, 그래서 고민도 더 많아지고 그래서 사는 게 고달파지고 자립생활이 힘들어지더라도, 이것이 자립의 맛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 서울시는 장애인지원주택을 매년 70호씩 공급할 예정입니다. 이 주택들을 통해서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자립할 기회가 생기겠지요. 각자의 삶에 자기 이야기, 자기 서사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
오늘 발바닥행동 활동가들은 코로나 19 때문에 탈시설한 당사자분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있습니다. 모두 안녕하시기를, 우리 회원님과 가족들도 모두 안녕하시기를!!! 활동가들도 조심조심 열심히 잘 지내고 있겠습니다. ^^
* 알림 : 2020년 총회를 3월 20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때문에 최소한의 참여만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회원님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총회에 참석의무가 있으신 "정회원님"들께는 따로 전화연락드릴 예정입니다.
<지원주택 자립 관련 기사 링크 : 2019년 12월 2일 기사 >
-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34492&ref=A
- http://www.newsis.com/view/?id=NISI20191202_0015861056
-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1251072?lfrom=kakao
<CBS 유투브 채널 씨리얼 링크>
1편 : "26년 만에 처음으로 내 방이 생겼다"
https://youtu.be/QOmh1ezfqlM
2편 : "나는 네가 내 이웃이었으면 좋겠어"
https://youtu.be/r-mjarbw5fs
코로나19 때문에 안녕하신지를 물어야 하는 우리의 상황이 속상하고 안타깝지만, 이 와중에도 시간은 흘러가고 일상은 온라인속에서, 또다른 방식을 찾아가며 흘러가고 있네요.
청도대남병원의 집단감염사태에서, 사회가 정신장애인을 격리수용한 참혹한 결과임이 여실히 드러났지만 코호트격리라는 방식으로 또다시 장애인을 배제하는 사회라는게 너무 속상합니다. 족히 20년은 넘게 격리창고에서 살고있는 이들, 이어서 발생한 칠곡의 밀알사랑의집과 예천의 극락마을... 이어지는 시설내 집단감염 상황...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우리사회가 더 절실히 고민하여, 집단수용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들여다보길 바랄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발바닥도 노력하겠습니다. (이와 관련 장애계는 내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 기자회견을 합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오늘 오랫만에 메일을 드리는 것은, 지난 2019년 12월 2일 자립하신 서른 두분의 소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아직은 석달밖에 되지 않아서 "모두 잘 지낸다"고 말할수는 없습니다. "모두 좌충우돌하며 자기 삶을 찾아가고 있다"고는 말할수 있겠네요.
서른 두분은 모두 각자의 이유들로 길게는 30년 넘게, 짧게는 10년 넘게 프리웰법인의 3개 시설에서 생활하셨던 분입니다. 아기때부터 시설에 입소한 분들은 20대 초반의 청년들이 되었고, 30년 넘게 시설에 사시다 자립한 분들은 노년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분들은 <서울시장애인지원주택> 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공공임대주택+주거서비스"를 받고 있고, 각자의 집에서 생활하면서 각자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아 각자의 일상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처음 이사하는 날은, 각자의 짐이 별로 없었는데, 이제 각자의 집과 방에는 살림살이들이 여느 집 못지 않습니다. 노란색으로 염색한 이**씨 보면서 15년전 자립한 꽃님언니가 제일 먼저 한 일이 염색이었다는 것을 추억했습니다. 역쉬, 자유의 상징은 헤어스타일에서부터 ㅋㅋ 지역주민들의 님비를 걱정했었는데, 동네 반상회에서 장안동주민들은 환영한다며, 주차장에서 고기도 구워먹고 야유회도 가자고 흔쾌히 제안해 주셨습니다. '나도 없이 살아봐서 없이 사는 사람들 형편을 안다'고 말한 지역주민의 말에서 '무시'가 아닌 '연대'와 '동질의식'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누군가는 발달장애인 뮤지컬 극단을 다니기 시작했고, 누군가는 메이크업 배우기, 누군가는 애니매이션 배우기도 시작됐어요. 오십대를 바라보고 있지만 평생교육기관에서 한글배우기를 시작한 분도 있어요. 아직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상을 찾아가는 분들도 있지요. 석달밖에 되지 않았으니, 더 오래 더 천천히 찾아도 된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의사표현이 어려운 사람들로 "분류"됐던 분들도 자기만의 언어(=표현방식) 찾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인간은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중증의 발달장애인이 하고 있는 자기표현을 지원자들이 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랄까..... 몇달간 진행될 이 과정에서 어떤 결과를 낼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의사표현이 어렵다고 분류된 중증장애인은 표현도 없고, 욕구도 없고, 감정도 없다는 식으로 받아들여져 왔습니다. 상대방이 알아들을 말로 뭔가를 표현해야만이 욕구가 인정되었고, 그러다 보니 탈시설의 권리도 이들에게는 보장되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지원주택에 입주한 분들은 어떠식으로 자기표현을 하던지, 그 자체를 의미있게 받아들이고 이 표현의 의미에 대해서 지원자들이 알아가고자 시도 중입니다. 이 노력이 그동안의 "사람에 대한 분류를 깨는 일"이 됐으면 합니다.
여튼, 서른 두분의 이야기는 끝도 없습니다. 서른 두분의 이야기는 서른 두가지가 아니라, 수백가지의 이야기가 되어 가고 있어요. 이분들이 이렇게 자기의 삶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많아지는 것이 참 좋습니다. 더 많은 인연이 만들어지고, 더 많은 삶의 꺼리들이 생기고, 그래서 고민도 더 많아지고 그래서 사는 게 고달파지고 자립생활이 힘들어지더라도, 이것이 자립의 맛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앞으로 서울시는 장애인지원주택을 매년 70호씩 공급할 예정입니다. 이 주택들을 통해서 보다 많은 장애인들이 자립할 기회가 생기겠지요. 각자의 삶에 자기 이야기, 자기 서사가 만들어지길 기대해 봅니다. ^^
오늘 발바닥행동 활동가들은 코로나 19 때문에 탈시설한 당사자분들에게 전화를 돌리고 있습니다. 모두 안녕하시기를, 우리 회원님과 가족들도 모두 안녕하시기를!!! 활동가들도 조심조심 열심히 잘 지내고 있겠습니다. ^^
* 알림 : 2020년 총회를 3월 20일로 예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때문에 최소한의 참여만으로 진행하려고 합니다. 회원님들의 양해를 바랍니다. 총회에 참석의무가 있으신 "정회원님"들께는 따로 전화연락드릴 예정입니다.
<지원주택 자립 관련 기사 링크 : 2019년 12월 2일 기사 >
-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34492&ref=A
- http://www.newsis.com/view/?id=NISI20191202_0015861056
- https://n.news.naver.com/article/001/0011251072?lfrom=kakao
<CBS 유투브 채널 씨리얼 링크>
1편 : "26년 만에 처음으로 내 방이 생겼다"
https://youtu.be/QOmh1ezfqlM
2편 : "나는 네가 내 이웃이었으면 좋겠어"
https://youtu.be/r-mjarbw5fs
'장애인 영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footact] 나와 너의 연결고리, 발바닥을 튼튼하게! (0) | 2020.02.28 |
---|---|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2020년 2월 주요뉴스와 장애인학대사례, (0) | 2020.02.27 |
보건복지부의 ‘장애인거주시설 코로나-19 관련 대응방안’에 대한 입장 (0) | 2020.02.26 |
안녕하세요. 회원님! 발바닥행동의 아라입니다 (0) | 2020.02.21 |
안녕하세요! 발바닥 신입활동가 민구에요 (0) | 2020.02.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