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학교의 조명숙 교감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사상 초유의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개학이 미뤄져 여명학교에서도 온라인 개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코로나 상황이 심상치 않은 것 같아서 여명학교에서는 3월 2일부터 학생들과 카톡을 통해 조회하고 과목마다 교사들이 학습지를 만들어 배포하고 종례 때 확인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은 시스템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다가도 한 달이 지난 지금은 학생들도 재미있게 따라와 뿌듯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기대하던 4월 개학이 다시 미뤄지고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3월에 했던 것처럼 학습지를 나눠주거나, 5~10분 길이의 동영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매일 7~8시간의 일과를 온라인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분주하게 온라인 강의를 준비하다 가슴이 아려옵니다.
여명 학생들의 컴퓨터 소유현황을 조사해 보니 80명 중 20명만 컴퓨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도 검색하려고 30분 정도 핸드폰을 들여다보면 목이 아프고 눈이 침침한데 7시간 정도를 매일 핸드폰을 들여다봐야 하는 대부분의 여명 학생들에게는 이 상황이 얼마나 힘이 들까요? 아무리 좋은 강의들이라도 아이들의 건강을 해칠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드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교육청에 문의하여 언론에서 교육청이 소외계층의 학생들에게 기기를 대여해 준다고 하였으니 여명학교의 학생들을 지원해 달라고 문의하였더니 담당자는 여명학교가 지원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나중에는 결국 지원대상에 포함되었지만, 교육청도 기기가 넉넉하지 않아 5대 정도만 지원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련의 상황들을 겪으며 여명의 탈북청소년뿐 아니라 학교마다 가난한 아이들은 이런 상황에서 얼마나 마음이 어려울까를 생각해 봅니다. 그런 자녀들을 바라보는 부모님들은 또 얼마나 민망하고 안타까울까요?
어려움이 발생할 때는 가장 어려운 아이들의 형편을 살펴보는 것이 우리 어른들의 의무이며, 정책의 최우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카이라운지에서 감상적으로 바라보는 비, 일반 사람들에게는 별스럽지 않은 비에도 어떤 지하실에서는 삶이 무너져 내릴 정도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 우리는 어디로 가서 누구를 먼저 구출해야 할까요?
국민에게 똑같이 얼마를 지원한다는 이야기보다 부모의 경제력 때문에 온라인 개학에서 소외되는 아이들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 주겠다는 이야기를 먼저 듣고 싶습니다.
온라인 개학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 모든 것들을 잘 겪어내며 여명학교가 또 다른 성장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