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영역

더운 여름날, 숨을 돌리는 긴 줄글편지

뻬뻬로 2018. 7. 23. 19:49

 회원님들안녕하세요발바닥행동의 아라예요.

오늘 오후 반차를 내고 퇴근하기 40분 전에 갑자기 회원님들께 편지를 쓰고 싶어졌어요.

너무너무 더운 여름입니다여름은 제가 가장 싫어하는 계절이기도 해요.

덥고습하고벌레도 많고해가 길어 피곤하고시끄럽고..

사무실을 이사하고 나서 전 집이 아주 가까워 걸어와야 하는데,

아침에 씻고 나오는데 땀으로 한 번 더 샤워하며 출근합니다. ㅜㅜ

사무실에 오면 씩씩대며 더워!’를 한 열 번 말하고에어컨 밑에 한참 있다 일을 시작해요.


이렇게 더운 날엔 시원한 냉면이 먹고 싶은데사무실 근처에 냉면 맛집이 있어요-!!

제 입맛엔 좀 삼삼한데자극적이지 않고 뒷맛이 깔끔해요고소할 지언정 너무 달지 않아 좋아요물냉면과 비빔냉면의 비빔장소스가 다른 것도 신기하고요.

하지만 양이 조금 적은 게 함정입니다제겐 0.7인분이고 2천원짜리 사리를 추가하면 비로소 1인분이 되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3천원짜리 물만두를 먹으면 아주 뿌듯한 식사가 된답니다. (별로 반주할 분위기는 아니에요ㅎㅎ)

회원님이 혜화를 지날 때 저번에 메일에서 말해준 냉면집이 어디죠?’라고 문의전화(ㅋㅋ)주시면냉큼 달려나가겠습니다.

 

저는 요즘 요가를 시작한지 두달째에요혈액순환이 너무 안되기도 했고-사무실에 뭐하나를 껴넣고 싶더라고요

평일 내내 집-사무실인채로 365일을 보낸다고 생각하니 좀 쓸쓸해서요

일주일에 2, 3번 저녁시간을 빼 운동을 하는 건 생각보다 더 많이 부지런해져야 하고더 많이 인내할게 많다고 느껴요

일을 계획있게 해야 하고일이 밀린다 하더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아야 하거든요

쌓이는 일들에 제 자신을 자책하지 않는 힘이 필요하더라고요물론 언제나 어렵지만요

아무튼그렇게 시작한 요가는 아주 만족스러워요

자세를 엇비슷하게 따라해도 몸과 마음이 좀 풀리는 느낌이 들고몸을 움직여 땀을 내는게 이렇게 상쾌한 일인지 처음 알았거든요

언제 한번 발바닥 요가모임이나 한번 만들어볼까요

 

그리고 최근 책을 많이(순전히 제 기준으로...읽었습니다어느날 노트북이 갑자기 고장났는데아무것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너무 서러워서(?)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며 노트북을 A/S 맡기고그냥 마음을 정리한 뒤 서점에 가 책한권을 사서 카페에 갔습니다

한창 일할 시간에 카페에 가서 커피를 마시고 책을 읽으니 쪼금 죄책감이 들기도 했지만 참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그렇게 한달동안 책 네 권을 읽었어요그중 하나가 <어른이 되면>입니다

다큐에서 발견하지 못했던 섬세한 감정이나 상황들이 잘 담겨있더라고요그리고 장혜영님의 글은 너무나 힘이 있었어요

어떻게 이렇게 단호하면서도 다정하게 글을 쓸 수 있을까글을 읽으며 때론 부끄러웠고때론 힘이 났습니다

탈시설운동을 하는 뿐만 아니라 그냥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1인 에게 격려가 위로가 되는 글이었어요. <어른이 되면강추입니다!

 

출간된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가는 <함께 산다>는 반응이 소소하게 들려옵니다

홍보를 잘하고여기저기 연락도 잘 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밤에 제 머리를 콩콩 치며 잠들기도 해요

사실 작년 '구술기록 제작발표회때 많은 관심을 받았거든요한참 기사가 나왔고유투브 영상도 나왔었어요. 

그날오월의봄을 만나 1년이 지난 지금 책으로 완성되어 세상 밖으로 나온거죠

그런데 막상 나오니이상하게도 제가 이 책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거에요

그러다 이 책을 왜 기획하게 되었고어떻게 알려지길 바랄까 생각하게 되었어요.


모든 활동이 그렇겠지만저희도 ''을 자주 요청받아요

그런데 우리의 말이 너무나 이상한 해석으로 이어지기도 하더라고요바로 탈시설이 기술적으로’ 이야기 될 때 인데요

인간의 존엄한 삶을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기술의 문제로 볼 때 되게 위태롭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기술론에서 당사자의 존재는 또 다시 쏙 빠진 채 '기술적으로안되니까그 삶은 안 돼'로 이어지는 논쟁 한가운데에 있을 때 절망을 느끼기도 했어요

그 기억들을 찬찬히 돌아보니그래서 이 책을 기획했던 것 같아요

우리의 백마디 말보다 시설에서 살았던 사람의 삶지역사회로 이어지는 이야기그 사람의 이 퍼져야 할 것 같아요

이 말들이 우리가 '시설 밖 지역사회에서의 삶'을 대하는 원칙이 되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러니 <함께 산다많이 많이 읽어주시고 답해주세요헤헤

기승전 책홍보네요 (...) 하지만 요즘 제 머리 중심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별수가 없습니다.

 

우하하벌써 일 년의 반이 지났어요

한여름을 지나 서늘한 밤공기를 느낄 때 즈음연말 연시 만나고 싶은 사람들 이름을 끄적이고 있을 때 즈음

회원님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있을 것 같아요

크하하올해의 발바닥 회원 담당자인 선원이 곧 정성들인 메일을 하나 더 보낼테니 기대해주세요

그럼 오늘도 안녕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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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산다책을 발바닥에 기부해주신 

고여진유현미김정환,  이미정, 임세현 회원님! 정말 감사합니다-! 

기부해주신 책은 요런 메시지가 적혀 전달됩니다[♥]

 


​'이 책은 발바닥 '유현미' 회원님이 더 많은 분들과 "시설 밖 자유로운 삶"을 나누기 위해 기부해주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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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부해주신 책은 구매가 어려운 장애당사자와 이 책을 꼭 읽어야 하는 분들께 전달하려 합니다. 
-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동숭길 25, 유리빌딩 5층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 문의: 02-794-0395 / footactar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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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책은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널리널리 봐야하는 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