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을 다툴 정도로 급하고 중요한 일을 마주할 때, 저는 활시위에 올려진 화살처럼 긴장하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시급하다’, ‘긴급하다’는 말로도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인권 현안'이라는 말을 볼 때 이런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인권이란 단어처럼 ‘시각을 다툴 정도로 중요하다’는 뜻과 잘 어울리는 말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재단에는 ‘인권활동119’라는 지원 사업이 있습니다. 이 사업은 ‘현장의 긴급성이 요구되는 집회, 토론회, 문화행사 등 인권현안대응 활동’을 지원합니다. 하루라도 서둘러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함께 행동하자고 제안해야 할 때, 인권활동가들은 ‘자리’를 만듭니다. 그 자리는 기자회견이 되기도 하고 집회가 되기도 하죠. 이 외에도 필요하다면 여러 형식의 자리를 만들어냅니다. 넉넉하지 못한 시간에 영상을 만들어 함께 보기도 하고, 전국의 활동가들을 불러 논의하고 거리를 행진하기도 하고요. 인권 침해 사건이 계속 발생하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처럼 인권의 자리가 서둘러 만들어 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권활동119에는 이 자리가 조금이라도 수월하게 준비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져 있어요.
인권활동119는 재단의 예산 내에서 편성되는 만큼 긴급한 자리라고 해서 모두 지원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올해도 1년 2,000만 원의 예산이 빠듯하게 쓰여졌는데, 작년에는 11월에 올해는 그보다 빠른 9월에 모두 소진돼 버렸습니다. 지원금이 빨리 소진된 데에는 제가 알지 못하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겁니다. 인권활동가들이 더 열심히 자리를 만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자리가 필요한 시급한 현안이 그만큼 더 많이 발생했다는 의미일지도 모르겠고요.
“우리는 재난으로 인해 전혀 다른 세계에 놓이게 된 분들의 일상을
인권의 언어로 세상에 말하고 싶었어요.”
지원사업을 마치고 나서 인권활동가들이 보내주는 결과보고서에서 인권활동가들과 자리를 함께 만든 시민들의 마음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도, 인권의 자리는 계속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10월 11일,
우공 배분지원팀장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