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법원은 톨게이트 요금수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주장해 온 불법파견 관계를 인정하고 한국도로공사가 이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하였다(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7다219249 판결,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7다219072 판결). 이로써 2013년 1심 소 제기 이후 6년 만에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하였으나, 사측이 지난 7월 설립된 자회사에 요금수납 업무를 이관하면서 오히려 문제해결이 어렵게 되었고, 현재 직접고용 대상자 범위와 부여 업무 등을 놓고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심각성, 요금수납 비정규직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여성 노동자와 상당수의 장애인 노동자 문제, 더구나 법을 준수해야 할 공공기관에서 이루어진 대규모 불법파견이라는 점,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현실 등 우리사회의 중요한 노동 현안들을 망라하고 있다. 이에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이 문제의 합리적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지난 10월 3일 서울지방변호사회 인권위원회 위원들을 중심으로 한국도로공사 본사를 방문하여 노사 양측의 의견을 진지하게 청취하였고, 대법원 판결문과 각종 자료 등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힌다.
1. 한국도로공사는 대법원 확정 판결 대상자는 물론 현재 하급심에 계속 중인 소송 당사자를 포함하여 희망자 전부에 대한 직접고용을 이행해야 한다. 법원의 판결은 해당 당사자에게만 효력이 있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번 사건에 있어서는 대법원 판결의 내용과 취지가 하급심에도 사실상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으며, 2015년 이후 요금수납직 입사자들에 대해서도 이미 불법파견을 인정한 판례가 있다. 무용한 절차의 반복이라는 비판과 패소할 경우 거액의 재정적 부담을 고려한다면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현재 소송 계속 중인 인원들을 포함하여 직접고용 하는 것이 맞다.
2. 한국도로공사는 직접고용 대상자들에게 기존에 수행했던 요금수납 업무를 중심으로 직무 부여를 고려해야 한다. 현재 요금수납업무는 자회사가 수행하고 있으나 그 일부를 구분하여 직접고용 될 인원들에게 부여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사측은 요금수납업무 대신 정류장, 졸음쉼터, 고속도로 환경정비 등 조무직 업무를 부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업무에 대규모 인원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재정의 낭비이고, 직접고용 포기와 자회사 전환 압박용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인력운용의 효율성 면에서도 자회사와의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며, 향후 퇴직 등으로 인한 대상인원의 자연감소 등을 고려하면 일단 요금수납 업무를 부여하고 노사간에 관련 협의를 계속하는 방식의 유연한 대처가 요구된다.
3. 한국도로공사는 공공기관으로서 오랫동안 행해진 불법파견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결을 목전에 두고 자회사 설립을 강행하여 사태를 더욱 어렵게 만든 책임이 있음을 직시하고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해결에 임해야 한다. 자회사 방식의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에 대해서 사회적으로 여러 이견이 있으나, 이번 사안에서는 사측이 대법원의 직접고용 판결 이행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자회사를 내세웠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4. 6년 이상의 소송과 갈등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정리되어야 할 때에 오히려 노사 간의 갈등이 고조되어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현 상황이 매우 안타깝다. 최근 노사가 협의하여 제한적이나마 직접고용 합의를 이루어냈지만 대법원 판결의 내용과 취지를 고려하면 이는 완전한 해결책으로 보기 어렵다. 6년 이상 끌어온 소송 끝에 대법원 판결이 선고된 마당에 크게 다르지 않은 처지에 있는 당사자들에게 다시 하급심 판결을 받아오라고 하는 것은 지나친 형식논리이자 가혹한 처사다. 이에 정부와 관계자들이 좀더 적극적인 자세로 희망자 전부에 대한 직접고용이라는 완전한 문제해결에 조속히 나서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