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영역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노역 투쟁에 들어갔던 박옥순 활동가 출소했습니다

뻬뻬로 2017. 7. 25. 19:01
발바닥 회원님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상임활동가 재민입니다. 

오늘은 무지 기분이 좋은 소식을 전하기 위해 메일을 보내요.

바로 지난주 월요일 벌금 노역에 들어갔던 박옥순 활동가의 출소 소식입니다.

지난주 월요일에 기자회견하고 수감 들어갔다가, 이번주 월요일에 출소했으니 꼬박 일주일이네요.

회원님들께서도 여러 방면으로 함께-함을 표현해주시고, 노역 투쟁 벌금 모금에도 함께 해주신 회원님들께도 

마음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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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순 활동가가 서울구치소에 입소하고 처음 면회를 가서

왼쪽 가슴 위로 1하19, 오른쪽 가슴 위로 406이라 적힌 푸른 수인복을 입은 옥순을 봤을 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옥순 활동가를 만나자마자 '나가자'고 말했어요. 

그런데 옥순 활동가는 구치소 밖에서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팔을 휘저으면서 

"괜찮아, 괜찮아. 나는 여기에 잘 있어"라고 띵띵 부은 얼굴로 말하곤 했어요. 

다만 구치소 내에서 겪은 상황을 얘기해주었습니다. 


옥순 활동가가 림프부종으로 의무과 담당자를 만나서 진료를 받는데, 

의사가 옥순 활동가의 다리는 제대로 진료하지는 않고, "당신은 그런 사람입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는 거에요. 

그리고 "차렷하고 앉아라, 차렷하고 앉아서 내 얘기를 들어라"라고도 의료과 담당자는 말했다고요.

옥순 활동가는 다리가 아픈 사람이고, 의료적 필요가 있는데, 구치소에선 의사의 자의적 판단으로 모든 게 결정되는 상화이었던거죠. 


저는 이런 옥순 활동가의 상황을 들으면서, 옥순 활동가가 벌금을 받은 이유를 생각했어요. 

회원님들께서도 알고 계시겠지만 옥순 활동가는 2014년 탈시설한 고 송국현 아저씨에게 

의료적 기준을 앞세워 활동보조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국민연금관리공단에 맞서 거리 운동하다가 벌금을 받은 것이거든요. 

당시, 몇몇 의사와 국민연금관리공단은 뇌병변 장애가 있어서 활동보조인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송국현 아저씨에게  

"당신은 그런 사람입니다, 당신은 활동보조인이 필요 없는 사람이에요. 내 말을 들으세요"라고 했을때, 

옥순은 "당신들이 판단하지 말고, 장애인 당사자의 말을 받아들여라. 왜 멋대로 판단하느냐"라는 문장을 

몸과 마음으로 외치다가 벌금을 물게 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절절한 요구 조차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송국현 아저씨는 활동보조인이 제공되지 못한 상황에서 집에 난 화재로 사망했고, 

그 일로 옥순 활동가는 송국현 아저씨의 3주기가 지나서 감옥에 가게 된 것입니다. 


일주일 가량의 시간이지만, 옥순 활동가의 옥바라지를 하면서 생각한 것은

고 송국현 아저씨는 저 세상으로 가서 이 땅에서 자유롭게 사는 삶을 살 수 없지만,

옥순 활동가가 하루 빨리 구치소 밖으로 나오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과,

장애인거주시설에서 갖혀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지역사회로 나오도록 최선을 다해

지역사회의 탈시설-자립생활 체계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옥순 활동가는 '불법'을 저질러서 감옥에 수감되어있고

3만여명의 사람들은 '합법'적인이고 장애인을 '보호'한다는 복지정책으로서 장애인거주시설에 있는 상황에서

옥순 활동가가 지역사회로 하루 빨리 돌아오도록 해야겠다. 장애인을 가두는 장애인거주시설을 빨리 없애도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고 송국현 아저씨처럼 지역사회에 안전하게 누울자리 하나 없어서 저 세상으로 허망하게 가는 상황을 다신 겪지 않도록

지역사회에 자리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옥순 활동가는 출소했고, 그래서 정말 기쁘고 마음이 환하지만,

아직 장애인거주시설에서 관리번호가 매겨져 이름도 없고 서사도 없이, 

그렇게 살아가는 이들이 하루 빨리 지역사회에서 살도록 활동해야겠다고 생각하면 어깨가 무겁기도 합니다. 

헌데, 가슴 안쪽에서는 마음이 뜨겁고 반드시 이루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해요! 


옥순 활동가가 우리 곁으로 온 것 처럼, 

차이로 가르는 차별의 상징인 장애인거주시설이 하루 빨리 없어져 지역사회에서 평등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위해

열심히 활동하겠다는 결의도 생기고요. 이 마음으로 열심히, 지혜와 슬기를 모으며 활동하겠습니다. 


옥순 활동가가 출소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연대해주신 회원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회원님들의 일상에 탈시설 운동의 자유와 평등의 가치가 꽃피우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이겠습니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들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