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廢止)’인가, ‘쓰고 버려지는 폐지(廢紙)’인가?
지난 5일 문재인정부는 이낙연 국무총리 주재 아래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에서 ‘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을 논의하면서 ‘장애등급제 폐지 추진방향’을 발표하였다. 모두발언을 통해 “장애등급제 폐지는 수요자 중심 정책의 구체적인 출발”이라고 강조하며, “장애인 개개인의 욕구와 수요를 존중하면서 그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제도가 시행되고 정착될 때까지 민관 협의체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소통하며 장애인 여러분의 고견을 더 많이 경청”하겠다며 이전 정부와는 확연히 달라진 장애계와의 협력 의지를 나타내기도 하였다.
문재인정부의 장애인정책수립 과정에서 소통에 대한 강조, 그리고 박근혜정부 시절 그렇게도 거부했던 ‘중증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권리’를 보장하는 ‘탈시설 정책’의 발표는 장애인정책 변화에 있어 평가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는 「장애등급제폐지 민관협의체」에서도 절실하게 요청하였지만 거부되었고 이번 논의에서도 누락되고 반영되지 않은, 핵심적인 정책변화 및 예산 반영에 대한 의지 면에서 과연 ‘장애등급제 폐지(廢止)’라는 장애인들의 숙원이 정치적 쇼에 의해 ‘쓰고 버려지는 폐지(廢紙)’가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가 된다.
그 이유는 첫째, ′19.7월부터 장애등급제가 폐지됨에 따라 장애등급제를 대체할 수 있도록 ‘돌봄지원 분야(′19.7월)’, ‘이동지원(′20년)’, ‘소득·고용지원(′22년)’영역에 있어 새로운 기준 마련 시기에 있다.
여기에서 장애인소득은 ‘장애인연금’을 말한다. 현행 장애인연금 대상 기준은 장애1,2급, 중복3급이다. 「장애인복지법」에 ‘장애 등급’이라는 용어를 ‘장애 정도’로 개정, 법률상 ‘장애등급제 폐지(「장애인복지법」 제32조)’가 되고, 「장애인복지법」 부칙 제1조에 따라 ′19.7월 시행된다. 그런데 장애인연금 대상의 기준은 ′22년까지 현행 그대로 두겠다는 것이다. ′22년은 언제인가. 5년 후이다. 그리고 문재인정부의 끝자락이다. 민관협의체 논의에서 이미 장애인연금 기준 대상을 ′19. 7월 역사적인 변화의 시기에 중증도(현재 1~3급)로 대상을 확대하자는 요구에, 예산문제 운운하며 기획재정부의 반대 때문에 못하겠다는데 과연 정부 임기 말에 예산이 반영되어야 할 장애인연금 기준 변화가 가능할 것인가? 더군다나 과연 현재의 장애인연금 기준은 합리적인가? 모두 예산 때문에 장애인의 삶에 관계없이 칼질해 왔던 기준이 아니던가? 장애인연금의 기준은 장애인 개인소득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장애정도는 장애로 인한 추가 비용에 대한 기준에 적용되는 것이 합리적이다. 결국 핵심은 문재인 정부의 예산반영 의지이다. 그 의지에 대한 확인을 ′22년까지 기다리란 말인지 되묻고 싶다.
둘째, 문재인정부의 공약인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 24시간 보장과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의 권리를 보장할 활동보조 자부담폐지, 65세 이상 대상 제외 문제가 이번 추진방향 및 종합계획에 실행계획으로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셋째, 사회서비스 공공화 문제이다. 사회서비스공단 설립과 공공화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이다. 그 약속은 지켜져야 하며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도 제외되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현재 장애인 활동보조인에 대한 법적 근로수당이 온전하게 지급될 수 있도록 현재의 장애인 활동보조 수가 정책을 전면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올해를 포함하여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수가는 최저임금 및 근로기준법을 위반하는 수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으며, 최근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책을 시행하겠다고 하였으나 근시안적 미봉책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정부가 앞장서서 활동보조인의 법적근로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못할 정도의 제도적 한계를 만들고, 그 책임을 활동보조 중계기관에 떠넘기는 정책 뒤에 숨지 말기를 바란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현재의 의료적 기준(급수)에 사회적 환경 기준을 첨부하는 변화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 변화는 장애인복지(돌봄, 소득, 서비스 등), 이동, 노동, 교육, 문화예술체육 등 전반적인 정부부처 정책과 예산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기준과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그동안 대한민국 사회가 배제하고 감금했던 최중증장애인들의 삶의 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장애인의 삶’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결국 핵심은 ‘필요한 서비스(제도)가 필요한 사람에게 권리로서 보장될 수 있느냐’이며, 이를 위해서는 예산 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문재인정부의 ‘장애등급제 폐지 추진방향’이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 하는 장애인복지예산의 대폭적인 확대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등급’을 ‘정도’로만 바꾸는 껍데기 ‘폐지’에 그칠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들의 숙원은 쓰다 버려지는 휴지조각인 ‘폐지’가 될 것이다.
우리는 오늘부터 10일까지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한다. 패럴림픽을 맞이하여 좀 더 논의하고 협력해서 문재인 정부가 목표로 하는 ‘장애인의 완전한 통합과 참여’를 실질적으로 어떻게 이뤄낼 수 있을지 풀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것이 바로 UN총회에서 대한민국도 함께 결의한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Leave no one behind)’세상을 향한 길이다.
그 약속과 실천계획(예산)이 없다면, 우리는 9일 패럴림픽 개회식날 평창올림픽스타디움 앞에서 개회식 관람을 포기하고,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통합을 향한 권리와 예산확보를 위해 ‘평화적으로 온 몸으로 경기장 한 바퀴를 기어갈 것’이다.
누구도(장애인을) 배제하지 말라(Leave No one Behind!)
2018.3.7.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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